약 10년 만에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주완 LG전자 CEO를 잇달아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글로벌 빅테크인 메타가 한국 기업과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등 차세대 기술 협력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저커버그 CEO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LG전자 경영진과의 회동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조 CEO,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회동은 1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오찬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메타와 LG전자는 이날 ‘XR 동맹’을 맺고, 생성형 AI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LG전자는 메타와 개발 중인 XR 기기를 내년 중 출시할 예정이다. 조 CEO는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그동안 협업을 해왔던 혼합현실(MR) 디바이스와 메타의 거대언어모델(LLM) ‘라마’ 등 AI를 어떻게 디바이스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메타와 개발 중인 XR 기기 상용화 시점을 묻는 질문에 “2025년은 돼야 할 것 같다”며 “컨셉은 잡았는데 시장의 여러 요구 사항을 반영하면 조금 늦춰질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플랫폼 기업 메타와 국내 대표 가전 기업이면서 스마트폰 사업 경험까지 있는 LG전자가 XR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날 LG전자는 “LG전자가 TV 사업으로 축적한 콘텐츠 및 서비스와 메타의 플랫폼이 결합하면 차별화된 XR 생태계를 조성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다른 LG 계열사들도 XR 기기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어 저커버그 CEO는 이 회장과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서울 용산구 승지원에서 만찬을 했다. 삼성 측 배석자는 없었고, 저커버그 CEO의 부인 프리실라 챈이 참석했다. 만찬은 2시간 이상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AI 반도체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지난해 AI 인프라에 필요한 자체 설계 반도체인 ‘MTIA’를 공개했다. 메타의 2세대 AI 반도체는 연내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메타의 AI 반도체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위탁 생산)가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013년 6월 한국을 방문해 이 회장(당시 부회장)과 7시간의 ‘마라톤 면담’을 가졌었다. 이날 저커버그 CEO는 서울 강남구 메타코리아 본사도 방문해 국내 AI·XR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비공개로 만났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