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사진)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이하 A대표팀)을 재정비할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다. 황 감독은 “최선을 다해서 한국 축구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3세 이하(U-23) 연령별 대표팀을 맡고 있는 황 감독은 A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에 올라 다음 달 예정된 2026 북중미월드컵 예선 2경기를 지휘한다.
황 감독은 27일 “한국 축구가 위기인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며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다”는 소감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전했다. 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이날 황 감독을 A대표팀 임시 사령탑에 선임했다. 황 감독은 다음 달 21일과 26일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를 맡는다. A대표팀 명단은 3월 11일 발표된다.
전력강화위는 총 3명의 임시 감독 후보를 놓고 논의했다. 황 감독은 1순위 후보였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협회 소속 지도자이거나 경험은 많지만 (K리그 등)소속팀이 없는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U-23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을 일궈냈다. 이미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는데다 국제대회 경험, 아시아 축구 이해도 등을 갖춰 적임자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파리올림픽 준비 과정이 변수였다. 연령별 대표팀은 오는 4월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하는 U-23 아시안컵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파리행 티켓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황 감독이 임시 사령탑까지 맡으면 부담이 클 거란 우려가 많았다.
정 위원장은 “다른 나라나 협회도 필요에 따라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겸임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1999~2000년 허정무 감독과 2006~2007년 핌 베어벡 감독이 두 대표팀을 겸임했다.
황 감독은 “올림픽 예선이 촉박하기에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부족함 없이 준비하겠다”며 “A대표팀도 잘 추슬러서 태국 2연전을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달 A대표팀 소집기간에 연령별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 친선대회에 나선다. 이 기간 연령별 대표팀은 황 감독을 제외한 기존 코칭스태프가 이끈다.
전력강화위는 오는 6월에도 월드컵 예선전이 예정된 만큼 정식 지도자 선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 위원장은 “5월초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