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2만원 팔면 6000원 가져간다”… 배민1플러스에 뭇매

입력 2024-02-28 00:04 수정 2024-02-29 18:34

배달의민족이 최근 새롭게 도입한 ‘배민1플러스’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중개수수료는 6.8% 정률제를 적용하고, 소상공인의 배달비 부담금액까지 배민에서 책정한 데 따른 반발이 일고 있다. 입점 업체의 자율은 줄어들고 플랫폼 수익만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의 한집배달과 알뜰배달 두 서비스를 묶어서 ‘배민1플러스’를 론칭했다. 현재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은 주문을 한 번 받을 때마다 세 종류의 비용을 배민 측에 내게 된다. 중개수수료(판매금액의 6.8%), 배달비(3200원), 카드결제수수료(결제금액의 1.5~3%)가 배민으로 빠져나간다. 각 수수료와 비용마다 10%의 부가세도 더해진다.

이런 식이다. 2만원짜리 치킨에 대해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일단 중개수수료 1496원이 배민에 넘어간다(부가세 포함).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배민1플러스로 한집배달을 이용하면 배달비가 6000원으로 정해지는 곳이 있다. 그동안 배민1 한집배달은 입점업체와 소비자간 배달비 부담 설정을 업체가 해 왔다. 하지만 배민1플러스는 배민 측이 정해준다. 배민 측이 입점업체에 부담하도록 정한 배달비는 2500~3000원이다. 현재 프로모션 기간이라 서울 일부지역 입점업체 배달비는 3200원인데 부가세 10%가 또 붙는다. 이 경우 입점업체가 배달비로 배민측에 내는 금액이 3520원이 된다. 카드 결제 수수료를 최소 1.5%로 적용하면 330원, 최대 3%로 적용하면 660원이 된다(부가세 포함).

계산해보면 이렇다. 2만원짜리 닭 한 마리를 팔았을 때 부가세 포함 ‘중개수수료 1496원+배달비 3520원+결제수수료 660원=5676원’이 배달 플랫폼 본사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플랫폼 이용료를 제하고 나면 1만4324원이 소상공인 매출로 남는다. 여기에 임대료, 전기료, 가스요금, 인건비 등 고정비용까지 제하고 나면 수익은 크게 떨어진다.

소상공인들은 배민1플러스가 가게배달과 달리 정률제를 확정한 점, 배달비의 입점업체 부담금액을 공식적으로 정해놓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20년가량 식당을 운영한 최지윤(49·가명)씨는 “가게배달은 정액이라 부담이 덜한데 정률제가 적용되면서 배민1을 통해 많이 팔수록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배달비라도 업주가 융통성 있게 정할 수 있으면 좋은데 무조건 3200원은 가게에서 부담하라고 하니 우리 입지는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도 할 말은 있다. 배민의 경우 월정액 8만8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게배달 서비스를 여전히 운영 중이다. 가게배달이 배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다. 30%도 안 되는 배민1플러스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들은 배민의 볼멘소리 정도로 여긴다. 최씨는 “배달의민족이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계속해서 밀면서, 손님들은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배민1 형태로 주문을 하게 돼 있다. 자영업자들은 배민1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6개월 동안 배민의 가게배달 매출 비중이 배달의 70% 정도였다면, 지난달에는 배민1 비중이 절반 이상이 됐다”며 “프로모션을 계속하는 배민1에 손님이 몰리는 걸 실감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츠도 배민1플러스와 비슷한 서비스인 ‘쿠팡이츠 스마트요금제’를 다음 달부터 확대해 실시한다. 쿠팡이츠도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최대 2900원으로 정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장모(53)씨는 “물가 부담이 워낙 크니까 메뉴 가격은 못 올리고 배달비만 더 내게 생겼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영업자 비용부담이 커지는 걸 모르니 우리만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소상공인들의 지적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며 해명하고 있다. 입점업체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배달비는 라이더에게, 카드 수수료는 카드사로 넘어가기 때문에 실제 플랫폼 수입은 중개수수료뿐이라고도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배달비 부담을 줄여서 더 많은 손님들이 배달앱을 이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소비자 부담이 적어져서 배달 시장이 커진다면 소상공인들에게도 두루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