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목사는 27일 “목회자는 늘 유리건물 안에 산다고 한다”며 “매순간 성도들에게 노출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목회자의 정신질환 상담사실이 노출되는 순간 그동안 쌓아 온 사역이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 목회자는 문제를 영적으로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심리적 문제가 전문적으로 다뤄지지 않아 같은 문제가 재발하고 곪는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부를 담당하는 B목사도 마음의 병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우울증은 끔찍할 정도로 이겨내기 쉽지 않았다. 매일 악몽을 꿨다”며 “우울증을 극복하기까지 멘토 목사님과 상담하고 기도에 집중했던 개인의 노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목양은 목회자의 핵심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본인이나 성도, 또는 자녀가 막상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을 앓을 경우 난감해지기 일쑤다. 이들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의학지식도 없을뿐더러 “귀신이 들렸다”거나 영적인 문제로 치부할 경우에는 당사자들에게 상처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목회환경을 감안해 ‘목회자를 위한 정신질환 돌봄 지침서’가 나왔다.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책 발간은 처음이다.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대표 조성돈 교수)는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목회자와 성도를 위한 정신질환 이해’ 발간 세미나를 열고 정신질환에 대한 목회적 접근법과 상담 기관 등을 제시했다. 라이프호프 측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목회자와 성도, 자살 유가족을 이해하고 환경에 맞는 맞춤 목회를 돕기 위해 18개월에 걸쳐 출판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안해용 라이프호프 사무국장과 임정아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생활상담실장, 고직한 선교사, 권서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목회자로서 정신질환에 대해 어떤 인식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저자들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이고, 당황하거나 피하지 말라”면서 “많은 이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가지고 있고 먼저 자신의 약함을 드러낼 때 오히려 소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목회자가 정신질환 환우 가족을 도와야 할 경우, 반드시 전문성을 동반한 정신질환의 특성을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면서 설교나 심방, 세미나 등을 통해 환우 가족에게 다가가면 그들도 질환에 대해 자연스럽게 ‘오픈’하고 함께 사랑의 공동체로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목회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국내 기관으로는 기독교자살예방센터를 비롯해 ㈔좋은의자(온라인 상담, 교육, 자조모임 운영), 대한기독정신과의사회(공개강좌 등 개최), 한국목회상담협회(학술대회와 상담사 배출 등),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목회자·평신도 배움터 운영) 등이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27.8%에 달한다. 약 5명 중 1명은 평생 동안 정신질환을 한 번 이상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김수연 최하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