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성인이 보기에도 낯뜨거운데 유해성 없다?”

입력 2024-02-28 03:01 수정 2024-02-28 09:51

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위)가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된 유해 도서들을 심의하면서 심의도서 모두 “유해성이 없다”고 결정해 파문을 낳고 있다. 앞서 간윤위는 해당 도서들에 대한 심의 거부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간윤위의 행태를 두고 특정 성향에 치우친 편파적 심의라는 지적이 학부모·시민단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27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간윤위는 전날 심의위원회를 열고 학부모·시민단체가 문제 제기한 초중고 성교육 도서 66권 가운데 11권에 대한 유해성 심의를 진행한 결과 모두 유해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나머지 55권은 오는 4월까지 순차적으로 심의한다고 간윤위는 밝혔다.

간윤위 심의 결과를 두고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심의가 이뤄진 성교육 도서들은 성인들이 보기에도 낯 뜨거운 내용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인체의 특정 부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물론 각종 성행위 및 동성애와 관련한 묘사, 그림들도 담겨 있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는 현직교사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역 교사 A씨는 “통상적으로 ‘음란물’은 보통 사람의 성욕을 자극, 도발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수치심 및 불쾌감을 갖게 하는 그림이나 영상을 말한다”면서 “문제의 도서들은 청소년에게 (제3의 성을 포함한) 성적 자기결정권이 당연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개탄했다.

이번 결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도서들보다 수위가 낮은데도 유해 도서로 결정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간윤위가 편파적으로 심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간윤위의 편향성 시비는 줄곧 제기돼 왔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심의위 회의 전에 열린 한 회의에서는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식의 초점을 흐린 발언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형우 한남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간윤위는 표현의 자유를 판별하는 기관이 아니라 도서의 윤리성을 심의하는 기관”이라며 “본분에 어긋나는 언행으로 정당한 책임을 회피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는 간윤위의 인적 구성과 특정 성향을 감안할 때 더이상 제대로 된 심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소송을 준비 중이다. 시민단체 측은 “나머지 도서에 대한 심의 결과 등을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심의결정에 대한 무효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