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의견 맞습니까?”… 의협 대표성에 커지는 의문

입력 2024-02-27 00:04 수정 2024-02-27 00:04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등 의료 현안을 협의할 상대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아닌 새로운 기구를 제안했다. 의협은 “정부의 장난질”이라며 반발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 “전체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대표성 있는 구성원을 제안해 달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의대 증원, 필수의료 현안과 관련해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논의해 왔다. 하지만 개원의 중심인 의협이 전공의 처우개선이나 필수의료 분야 인력 이탈 등의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특히 전공의 집단행동 등으로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관련 과제를 의협 비대위가 정부와 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병원도 수도권과 지역의 사정이 다르고, 개원가(개원의)하고는 또 사정이 다르다. 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성을 갖춰주면 효율적인 대화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를 자처하는 그룹 역시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대표성 논란 끝에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공의를 중심으로 논의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공의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교수들이 몇 명 참여하는 방식이어야지, 의협이 주도하는 것으로는 설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대생들은 의사가 아니어서 의협이 대표할 수도 없고, 전공의들 역시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의료 소비자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의료계와 의학계, 그리고 시민이 모여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권 교수는 “새 협상단에 대해서는 정부가 ‘처벌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제안에 대해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의협 비대위는 일부 의사의 단체인 것처럼 장난질을 치고 있다”며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우리 비대위 위원”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