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가 싸보인다”… 금값 국산 과일에 수입과일 인기

입력 2024-02-27 00:03
모델이 홈플러스에서 관세가 인하된 수입 과일을 소개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혼자 사는 직장인 임모(31)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미국산 오렌지와 태국산 망고를 주문했다. 원래는 겨울이 되면 제주산 귤을 박스째로 사먹지만, 올해는 귤값이 너무 비싼 탓에 다른 과일로 눈을 옮겼다. 임씨는 “겨울엔 귤이 가장 싼 과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한 박스에 4만원씩 하다보니 오히려 예년엔 비싸게 느껴졌던 수입과일들이 상대적으로 싸 보인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뛴 국산 과일 가격이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수입과일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정부가 수입산 과일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데 따른 할인효과 덕분에 당분간 수입과일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1월 1일~2월 25일) 수입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4% 늘었다고 26일 밝혔다. 그에 반해 이 기간 국산과일의 매출 신장률은 1%에 그쳤다. 롯데마트에서 역시 같은 기간 수입과일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뛰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30일 전년 대비 수입과일의 매출이 10% 증가했다.

국산 과일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를 대신할 수입과일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26일 사과(후지) 10개의 소매 가격은 2만9299원으로 전년 대비 27.8% 비싸졌다. 감귤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10개에 5778원으로, 지난해보다 66.2%나 높은 수준이다.

과일값 대책으로 수입과일에 대한 관세가 인하된 영향도 있었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적용한 할당관세가 반영되기 시작하자 수입과일의 매출이 더 크게 늘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4일까지 롯데마트에선 수입과일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30% 신장했다. 정부는 또 다음 달 말까지 수입업체에 과일 관세 물량 2만t을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실제로 관세 인하로 수입 가격의 가격은 눈에 띄게 저렴해졌다. 현재 이마트에서 특 사이즈 태국산 망고의 행사가격은 개당 1980원에 불과하다. 관세 인하가 없었다면 2배 가까운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이다. 롯데마트에서는 오렌지 6~10개를 1만990원에 판다. 지난해 오렌지 10개의 소매가격은 1만5910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설 대목이 지났는데도 국산 과일 가격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수입과일이 국산 과일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수입과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