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직장인 임모(31)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미국산 오렌지와 태국산 망고를 주문했다. 원래는 겨울이 되면 제주산 귤을 박스째로 사먹지만, 올해는 귤값이 너무 비싼 탓에 다른 과일로 눈을 옮겼다. 임씨는 “겨울엔 귤이 가장 싼 과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한 박스에 4만원씩 하다보니 오히려 예년엔 비싸게 느껴졌던 수입과일들이 상대적으로 싸 보인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뛴 국산 과일 가격이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수입과일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정부가 수입산 과일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데 따른 할인효과 덕분에 당분간 수입과일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1월 1일~2월 25일) 수입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4% 늘었다고 26일 밝혔다. 그에 반해 이 기간 국산과일의 매출 신장률은 1%에 그쳤다. 롯데마트에서 역시 같은 기간 수입과일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뛰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30일 전년 대비 수입과일의 매출이 10% 증가했다.
국산 과일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를 대신할 수입과일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26일 사과(후지) 10개의 소매 가격은 2만9299원으로 전년 대비 27.8% 비싸졌다. 감귤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10개에 5778원으로, 지난해보다 66.2%나 높은 수준이다.
과일값 대책으로 수입과일에 대한 관세가 인하된 영향도 있었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적용한 할당관세가 반영되기 시작하자 수입과일의 매출이 더 크게 늘었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4일까지 롯데마트에선 수입과일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30% 신장했다. 정부는 또 다음 달 말까지 수입업체에 과일 관세 물량 2만t을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실제로 관세 인하로 수입 가격의 가격은 눈에 띄게 저렴해졌다. 현재 이마트에서 특 사이즈 태국산 망고의 행사가격은 개당 1980원에 불과하다. 관세 인하가 없었다면 2배 가까운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이다. 롯데마트에서는 오렌지 6~10개를 1만990원에 판다. 지난해 오렌지 10개의 소매가격은 1만5910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설 대목이 지났는데도 국산 과일 가격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수입과일이 국산 과일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수입과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