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상공회의소 신임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錢)의 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년 만에 경선으로 치르게 된 회장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광주상의는 “김보곤 디케이 회장과 한상원 다스코 회장이 3월 20일 회장 경선을 치른다”고 26일 밝혔다. 김 회장은 전자제품, 한 회장은 가드레일 제조 기업을 각각 운영 중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과 오후 광주상의 3층 회의실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제25대 회장 선거에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광주상의 회장은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자리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상근 부회장 추천권과 직원 인사권 등의 권한을 행사한다. 지역 경제계는 ‘제조업’과 ‘건설업’ 갈래로 나뉘어 회장 선거를 치르다 심각한 후유증을 의식한 탓인지 20년 가까이 ‘추대’ 형식으로 회장을 뽑아왔다.
광주상의 회장은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한다. 다음 달 12일 회장 선출권을 행사하는 80명의 일반의원(대의원)과 12명의 특별의원(상공업 비영리 법인, 단체)을 먼저 뽑고, 92명의 대의원이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문제는 통상적인 ‘1인 1표’ 투표방식이 아니라 회원 기업의 회비 납부금액에 따라 투표권 수를 차등 적용한다는 데 있다. 회비를 기준으로 100만원 이하 1표, 1000만원 이하 10표, 4000만원 이하 20표, 5000만원 이하 22표, 8500만원을 넘으면 최대 30표를 준다. 선거일 이전 3년의 회비를 완납해야 피선거권을 얻는다. 여기에 특별회비 200만원을 내면 1표씩을 추가로 준다.
현재 회원기업 2400여 곳 가운데 24% 수준인 575개 업체가 30억원이 넘는 회비를 올 들어 낸 것으로 파악됐다. 누가 당선되든 후폭풍이 심각할 것이라는 걱정이 벌써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55)씨는 “선거 직전 특별회비가 급증하는 악습이 반복돼 안타깝다”며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화합해야 할 회원들이 ‘돈 선거’를 치르면서 반목하지 않도록 선거제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