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5일 서울·경기 지역 총선 후보로 친명(친이재명)계와 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을 대거 단수공천했다. 반면 비명(비이재명)계 현역은 친명 성향의 원외 인사들과 경선을 치르게 돼 계파 간 공천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7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21개 지역구 중 17곳의 단수공천이 확정됐는데 대부분 친명계 인사들로 채워졌다. 정청래·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친문계이지만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권칠승 의원도 단수공천에 포함됐다. 단수공천을 받은 현역 중 비명계로 꼽히는 이는 김태년·이개호·김한규 의원 등 3명 정도다.
반면 경선 지역 4곳은 모두 비명계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이다. 도종환·송갑석·박영순·이용우 의원은 각각 원외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박정현 최고위원, 김영환 전 경기도의원과 각각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 가운데 송 의원과 박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에 속해 경선 득표에서 감산된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친명계는 단수공천, 비명계는 경선인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고려는 없었다”며 “단수로 출마 신청을 했거나 점수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비명 찍어내기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 발표 가능성이 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여부가 계파 갈등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최근 이 대표에게 임 전 실장 공천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1월 이 전 대표가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임 전 실장 공천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언주 전 의원의 수도권 전략공천 여부도 뇌관으로 남아 있다. 특히 이 대표 권유로 복당을 선언한 이 전 의원 공천은 비명계 반발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민주당은 최근 공정성 논란을 빚은 여론조사 업체를 경선 조사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리서치디엔에이는 ‘조사에 문제가 전혀 없으나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으로 민주당에 부담이 되기에 조사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알려 왔다”고 밝혔다. 비명계는 리서치디엔에이가 경선 여론조사 수행 업체 선정이 끝난 뒤 추가로 포함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공정 논란을 제기해 왔다.
최근 개최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던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와 저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모든 현안에 대해 원활하게 소통하며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투톱 갈등설이 이어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친명계 원외 인사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논평을 통해 홍 원내대표가 시스템 공천 결과를 무시하고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등 분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거나 컷오프된 의원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관련 절차가 진행돼 집단 반발할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신용일 이택현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