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이차전지 업계가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등에 기초한 자동화 시스템을 자사 공장에 도입하고 있다. 무인화 기술은 주로 생산 공정, 품질관리·분석, 물류 등에 적용한다. 원료 공급망 장악, 저렴한 인건비 및 전기 이용료 등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에 맞서 ‘기술’로써 생산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2일 찾은 전남 광양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2공장. 높이 20m, 바닥면적 5340㎡(약 1615평)의 창고에는 사람 한 명 없었는데 500~750㎏의 제품, 반제품, 원료 등이 빽빽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가득 들어 차 있었다. 이 창고의 보관 용량은 최대 약 1만2000t이다. 창고 안에서 녹색(제품, 반제품)과 백색(전구체, 리튬 등 원료) 자루에 담긴 ‘톤백’을 이동하는 체계는 자동화돼 있다. 생산시설에서 반제품이나 원료를 요청하면, 관제실은 크레인에 명령을 내린다. 크레인은 선반 위에 있는 제품을 빼내어 바닥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에 내려놓는다. 톤백이 공정 및 출하 단계로 이동할 땐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움직이는 무인운반차(AGV)를 이용한다. 김대완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부공장장은 “자동화 창고와 연계한 AGV 시스템으로 선입선출 물류 체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공정도 마찬가지로 자동화돼 있다. 양극재를 담는 그릇인 ‘사가’에 원료를 담고 소성로에서 가열(소성)하는 과정, 소성을 마친 후 사가에서 원료를 비워내는 공정 모두 사람 없이 진행된다. 소모품인 사가를 교체하는 작업도 과거엔 인간 노동자가 했지만, 지금은 로봇이 한다.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방지하고 작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2M 높이의 상아색 로봇팔이 엑스레이 기술로 폐사가를 포착한 후, 4개의 흡착기를 이용해 사가 교체작업을 하고 있었다.
로봇은 품질분석 속도도 향상시켰다. 과거에는 생산한 제품의 품질분석을 위해 소성, 분쇄, 수세 등 앙극재 생산 각 단계마다 발생하는 300~500개의 샘플을 사람이 직접 분석실로 옮겼다. 이제는 ‘에어슈팅’ 기술을 이용해 버튼만 누르면 공장 내 어느 곳으로든 초속 5m 속도로 샘플을 보낼 수 있다. 샘플이 담긴 캡슐이 공장 내 파이프라인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품질분석 과정에서 분석할 시료를 정확하게 같은 무게로 나누는 일도 로봇이 했다. 포스코퓨처엠 측은 이 설비가 약 22명의 인력 감축 효과를 냈다고 추정했다.
다른 이차전지 기업들도 자동화, 무인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공장에서 스마트팩토리 적용 시험을 우선 실행하고, 이후 다른 공장으로 검증된 기술의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제품 설계, 개발, 제조 등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공장이다. SK온 측 역시 “미국 배터리 생산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비롯한 해외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양=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