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총액 15조원으로 재계순위 31위인 효성그룹이 지주회사를 하나 더 만든다. 신설 지주사 수장은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맡는다. 기존 지주사는 조 부회장 맏형인 조현준 회장이 이끈다. 재계에선 두 형제가 핵심 계열사를 나눠 갖는 독립경영을 넘어 지분 관계마저 정리하는 계열 분리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 지주사인 ㈜효성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인적 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신설 지주사 이름은 가칭 ‘㈜효성신설지주’다.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이 승인되면, 7월 1일자로 효성그룹은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 법인 효성신설지주라는 2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지주사 재편이 끝나면 조 회장은 섬유, 중공업, 건설 등을, 조 부회장은 첨단소재 부문을 전담한다. 각 지주사 이사회도 새로 꾸린다. 효성 관계자는 “지주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재계에선 신설 지주사 설립과 형제 독립경영 체제를 계열 분리의 바로 앞 단계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이 아버지인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인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부터 이러한 계열 분리를 준비해왔다는 분석도 있다. 계열사 지분 구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주사 효성의 지분율은 조 회장 21.94%, 조 부회장 21.42%로 엇비슷하다. 그러나 사업회사를 보면 차이가 크다. 섬유회사인 효성티앤씨의 경우 조 회장 지분은 14.59%이고, 조 부회장은 지분이 하나도 없다. 거꾸로 효성첨단소재는 조 부회장이 12.21%를 보유하고 있으나 조 회장 지분은 없다.
재계에서는 2개 지주사가 각자 이사진을 꾸리기로 한 만큼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서로 지주사 등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과정을 거쳐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