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없는 엔비디아… 빅테크, 자체 AI 칩 개발 분주

입력 2024-02-26 04:08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생산 경쟁에 돌입했다. AI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를 이뤄낸 엔비디아의 AI 칩 독점 구도를 깨기 위한 행보다.

엔비디아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개장 초 전장 대비 4.9% 오른 823.94달러를 찍으며 시가총액 2조 달러(약 2660조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지 불과 8개월 만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는 2024년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0월~올해 1월) 매출 221억3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 5.16달러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서버용 AI 칩, 특히 H100 판매 호조에 힘입은 결과다.


엔비디아의 순항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2025년 회계연도 1분기(2~4월) 240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치 219억 달러를 9.5% 웃도는 수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수요가 전 세계 기업과 산업, 국가에 걸쳐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빅테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이르면 이달 말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AI 분야의 협업을 논의한다. 인간 지능에 버금가는 일반인공지능(AGI) 개발 본격화를 선언한 메타는 원활한 AI 반도체 수급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해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과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컴퓨팅 랩’ 조직을 신설하고 AGI 전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자체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7조 달러(930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AI 반도체 기업 설립을 위해 1000억 달러(133조원) 규모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는 중이다.

화웨이는 엔비디아가 직접 지목한 최대 경쟁 업체다.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AI 칩 라인에 대한 경쟁 제품으로 어센드 시리즈 칩을 개발했다. 화웨이의 910B 칩은 약 3년 전 출시된 엔비디아의 A100 칩과 경쟁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5일 “엔비디아의 최대 리스크는 엔비디아 고객인 빅테크 기업의 칩 내재화”라며 “향후 AI 산업 고도화에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과 개별 제품 솔루션에 맞는 칩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