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U] “오토바이 타고 아프리카 14개국 돌며 복음 전했죠”

입력 2024-02-27 03:06
김준영 김나연 선교사 부부가 지난 1월 모잠비크 북쪽 도시 '울롱궤'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준영 선교사 제공

젊은 선교사 부부가 오토바이를 타고 아프리카 14개국을 돌며 복음을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파송한 김준영(41) 김나연(31) 선교사는 지난해 9월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발해 보츠와나 나미비아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부룬디 르완다 우간다 케냐 에티오피아를 돌고 짐바브웨 모잠비크 에스와티니를 거쳐 1월 말 남아공으로 돌아왔다.

총 1만8000㎞, 많을 땐 하루에 400㎞를 달렸다. 비자 갱신 때문에 한국을 찾은 부부를 최근 만났다. 김 선교사는 순복음중동교회 김경문 목사의 아들이다. “아내도 저도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하하. 가장 감사한 것은 이번 일정을 통해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어떤 사역을 할 것인지 분명히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부부는 지난해 6월 남아공에 파송됐고 요하네스버그의 소웨토 지역에 교회 건축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남아공에 불법 체류자가 많아 비자 연장을 안 해준다고 했다. 다시 한국으로, 아니면 주변국으로 가야 하나 고민했다. 결론은 ‘아프리카를 공부하는 기회로 삼자, 오토바이를 타고 대륙을 종단하자’였다.

“아내는 차를 이용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지만 오토바이를 타야 현지인들의 주목을 끌 수 있어요. 오토바이가 흔하지 않거든요. 그래야 이야기도 나누고 복음도 전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김 선교사는 30대 초반에 오토바이로 유라시아를 횡단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아프리카도 갔었고 남아공에서 오토바이를 탄 미국인 선교사들을 만나면서 선교사가 되고 싶었다.

처음엔 막막했다. 각 나라의 어디로 향할지 몰랐다. 그때 하나님은 사람을 연결해주셨다. “보츠와나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옆 테이블의 백인, 흑인과 인사를 나눴는데 백인은 네덜란드 선교사, 흑인은 잠비아 현지 목사라는 거에요. 우리 계획을 이야기하니까 격려해 주면서 목적지를 알려주면 현지 목회자와 연결해주겠다고 했어요.”

이후 부부는 각 나라의 교회를 방문해 주일엔 메시지를 전하고, 현지 목회자들과 모임을 했다. 경비를 쪼개 어려운 이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했다. 현지 월드비전과 연결해 5가정엔 염소 한 쌍씩 선물했다. 한 가정에선 염소를 잘 키운 후 소랑 바꿔 키워도 되느냐고 물었고 부부는 이 말에 감격했다고 했다. “당장 오늘 살아 내기도 벅찬 이들이 나중을 생각한다는 것, 우리의 작은 선물이 꿈을 꾸게 했다는데 가슴이 벅찼습니다.”

보통 한 나라를 통과하는데 2~3주 걸렸다. 계획은 이집트까지 가려 했지만 거쳐야 하는 수단이 입국 금지 국가고 모잠비크 북쪽도 지난해 크리스천들이 참수당하는 등 위험해 다시 내려왔다. 위험으로 치면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넘어지는 것은 다반사, 특히 오토바이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가 많이 넘어졌다. 다리에 10㎝가량 흉터도 생겼다. 현지 숙소엔 빈대와 벌레가 들끓었고 못 씻는 경우도 많았다. 오토바이 도난도 항상 걱정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탄자니아에서 잠비아로 넘어가는 도로에서 찍은 사진. 김준영 선교사 제공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음식. 도시에서 사 먹은 음식은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시골 음식은 물 정화가 잘 안 돼 흙 맛이 나서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노점에서 파는 이런저런 것으로 끼니를 때웠다. 남편 체중이 8㎏ 빠졌다.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간다고 미리 알리기도 했고 우리가 안 가면 그들은 평생 제대로 된 복음을 듣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안 갈 수가 없더라고요.”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 아프리카는 아름답고 낭만이 있는 땅으로 여겨진다. 여행 관련 여러 방송이 사파리 등 좋은 곳만 보여주니 그렇다. 그러나 수도만 벗어나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하루 일당이 1달러, 겨우 살아간다.

이런 곳을 외지인이 왔다 간다고 무슨 도움이 될까. 김 선교사는 단언했다. “평생 마을을 떠나본 적도, 외국인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자기들에게 복음을 전한다고 먼 나라에서 왔다? 우리의 말과 행동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이번 여정의 가장 큰 수확은 현지 사역자들과의 네트워크다. 또 선교 비전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부는 앞으로 순복음교회 선교사가 없는 잠비아, 모잠비크에 교회를 세워 남아공 등 3곳을 거점으로 선교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지인들, 특히 남아공 사람들을 훈련해 주변국에 파송할 생각이다. 남아공은 경제적으로 그나마 낫고 육로로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복음화율은 높지만 우리가 돌아다녀 보니 신앙이 없어요. 교회를 가고 싶을 때만 가요. 이단도 많고 제대로 된 교회 지도자가 없어요. 건강한 교회를 세우고 지도자를 양육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부부는 이런 비전을 품고 4월 10일 남아공으로 출국한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