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교사 부부가 오토바이를 타고 아프리카 14개국을 돌며 복음을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파송한 김준영(41) 김나연(31) 선교사는 지난해 9월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발해 보츠와나 나미비아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부룬디 르완다 우간다 케냐 에티오피아를 돌고 짐바브웨 모잠비크 에스와티니를 거쳐 1월 말 남아공으로 돌아왔다.
총 1만8000㎞, 많을 땐 하루에 400㎞를 달렸다. 비자 갱신 때문에 한국을 찾은 부부를 최근 만났다. 김 선교사는 순복음중동교회 김경문 목사의 아들이다. “아내도 저도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하하. 가장 감사한 것은 이번 일정을 통해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어떤 사역을 할 것인지 분명히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부부는 지난해 6월 남아공에 파송됐고 요하네스버그의 소웨토 지역에 교회 건축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남아공에 불법 체류자가 많아 비자 연장을 안 해준다고 했다. 다시 한국으로, 아니면 주변국으로 가야 하나 고민했다. 결론은 ‘아프리카를 공부하는 기회로 삼자, 오토바이를 타고 대륙을 종단하자’였다.
“아내는 차를 이용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지만 오토바이를 타야 현지인들의 주목을 끌 수 있어요. 오토바이가 흔하지 않거든요. 그래야 이야기도 나누고 복음도 전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김 선교사는 30대 초반에 오토바이로 유라시아를 횡단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아프리카도 갔었고 남아공에서 오토바이를 탄 미국인 선교사들을 만나면서 선교사가 되고 싶었다.
처음엔 막막했다. 각 나라의 어디로 향할지 몰랐다. 그때 하나님은 사람을 연결해주셨다. “보츠와나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옆 테이블의 백인, 흑인과 인사를 나눴는데 백인은 네덜란드 선교사, 흑인은 잠비아 현지 목사라는 거에요. 우리 계획을 이야기하니까 격려해 주면서 목적지를 알려주면 현지 목회자와 연결해주겠다고 했어요.”
이후 부부는 각 나라의 교회를 방문해 주일엔 메시지를 전하고, 현지 목회자들과 모임을 했다. 경비를 쪼개 어려운 이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했다. 현지 월드비전과 연결해 5가정엔 염소 한 쌍씩 선물했다. 한 가정에선 염소를 잘 키운 후 소랑 바꿔 키워도 되느냐고 물었고 부부는 이 말에 감격했다고 했다. “당장 오늘 살아 내기도 벅찬 이들이 나중을 생각한다는 것, 우리의 작은 선물이 꿈을 꾸게 했다는데 가슴이 벅찼습니다.”
보통 한 나라를 통과하는데 2~3주 걸렸다. 계획은 이집트까지 가려 했지만 거쳐야 하는 수단이 입국 금지 국가고 모잠비크 북쪽도 지난해 크리스천들이 참수당하는 등 위험해 다시 내려왔다. 위험으로 치면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넘어지는 것은 다반사, 특히 오토바이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가 많이 넘어졌다. 다리에 10㎝가량 흉터도 생겼다. 현지 숙소엔 빈대와 벌레가 들끓었고 못 씻는 경우도 많았다. 오토바이 도난도 항상 걱정해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음식. 도시에서 사 먹은 음식은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시골 음식은 물 정화가 잘 안 돼 흙 맛이 나서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노점에서 파는 이런저런 것으로 끼니를 때웠다. 남편 체중이 8㎏ 빠졌다.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간다고 미리 알리기도 했고 우리가 안 가면 그들은 평생 제대로 된 복음을 듣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안 갈 수가 없더라고요.”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 아프리카는 아름답고 낭만이 있는 땅으로 여겨진다. 여행 관련 여러 방송이 사파리 등 좋은 곳만 보여주니 그렇다. 그러나 수도만 벗어나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하루 일당이 1달러, 겨우 살아간다.
이런 곳을 외지인이 왔다 간다고 무슨 도움이 될까. 김 선교사는 단언했다. “평생 마을을 떠나본 적도, 외국인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자기들에게 복음을 전한다고 먼 나라에서 왔다? 우리의 말과 행동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이번 여정의 가장 큰 수확은 현지 사역자들과의 네트워크다. 또 선교 비전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부는 앞으로 순복음교회 선교사가 없는 잠비아, 모잠비크에 교회를 세워 남아공 등 3곳을 거점으로 선교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지인들, 특히 남아공 사람들을 훈련해 주변국에 파송할 생각이다. 남아공은 경제적으로 그나마 낫고 육로로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복음화율은 높지만 우리가 돌아다녀 보니 신앙이 없어요. 교회를 가고 싶을 때만 가요. 이단도 많고 제대로 된 교회 지도자가 없어요. 건강한 교회를 세우고 지도자를 양육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부부는 이런 비전을 품고 4월 10일 남아공으로 출국한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