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까지 강원도당위원장 직을 수행한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이 지역을 옮겨 서울 은평을에서 경선 기회를 부여받은 걸 놓고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에 “경선을 주는 게 맞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홍 원내대표는 23일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의 도당위원장이 사표가 수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지역구에 나오는 것은 해당 행위”라며 “공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어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김 전 구청장은 이날 비명(비이재명)계 강병원(재선) 의원의 지역구인 은평을에서 경선 기회를 받았다. 최근까지 강원도당위원장 직을 맡았던 김 전 구청장은 지난달 8일 중앙당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민주당 안팎에선 도당위원장이 출마를 위해 지역을 옮기는 데 대한 지적이 많았다. 김 전 구청장이 친명(친이재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의 상임운영위원장이라는 점을 들어 ‘자객공천’이란 비판도 쏟아졌다. 이에 민주당 최고위는 지난해 12월 8일 김 전 구청장에 ‘주의’ 조치를 내렸었다. 그런데도 김 전 구청장이 경선 기회를 부여받자, 홍 원내대표가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홍 원내대표가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디앤에이’를 당내 경선조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지도부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서치디앤에이는 일부 지역에서 비명계 현역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를 해 논란을 낳았다. 여론조사 업체 선정 과정에 친명 핵심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이날 친명 원외인사에 비명 현역의원 지역구에서의 경선 기회를 다수 부여했다. 비명계 박광온(경기 수원정·3선) 의원은 김준혁 당 전략기획부위원장과, 비명계 전혜숙(서울 광진갑·3선) 의원은 이정헌 전 JTBC 앵커와 각각 경선한다. 서울 강북을에선 비명계 박용진(재선) 의원이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 이승훈 당 전략기획부위원장과 3파전을 치른다.
비명 현역과 친명 비례대표 간 맞대결도 펼쳐진다. 경기 성남중원은 ‘윤영찬(초선)-이수진(비례)’, 경기 남양주을은 ‘김한정(재선)-김병주(비례)’, 전북 군산은 ‘신영대(초선)-김의겸(비례)’이라는 대진 구도가 잡혔다. 박홍근(3선·중랑을)·김민석(3선·영등포을)·박주민(재선·은평갑)·윤건영(초선·구로을)·진선미(3선·강동갑)·한정애(3선·강서병)·천준호(초선·강북갑) 의원 등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계파를 불문하고 대거 단수 공천됐다. 친문 핵심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충북 청주상당에서 이강일 전 지역위원장과 맞붙는다. 민주당은 인재근 의원이 불출마하는 서울 도봉갑에 친명계 안귀령 당 상근부대변인을 전략공천하기로 했다. 양승조 전 충남지사(충남 홍성·예산)도 전략공천 후보로 확정됐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정청래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을 전략공천했다. 함 회장은 1985년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던 운동권 출신이지만, 이후 전향했다. 친명계 핵심인 정 최고위원 지역구에 함 회장을 투입한 건 ‘자객공천’ 성격이 짙다.
이동환 이종선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