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20% 올랐는데… 삼성전자는 7% 빠졌다

입력 2024-02-23 04:05

아시아 반도체 투톱의 시가총액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올해 대만 TSMC의 주가는 20.5%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는 7%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각각 863조원, 436조원대로 2배가량이다. 최근 TSMC에 부는 인공지능(AI) 훈풍의 효과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저평가도 이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2일 미국의 경제포털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1배였다. 같은 날 TSMC의 PBR은 5.90배, 미국 엔비디아는 51.59배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기업의 주식 가치 평가에 쓰인다.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자산가치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추이를 보면 AI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오픈AI의 챗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AI용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이익 기대감이 크게 높아졌다. 엔비디아는 AI 그래픽저장장치(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TSMC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위탁 생산한다.

삼성전자 역시 AI를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크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메모리 반도체 특성상 미래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할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AI 반도체 수혜 기업으로만 자금이 쏠리고 있어 삼성전자도 일단 AI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저평가된 근본적 이유는 기업 거버넌스 차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 이사회의 인적 구성을 지적했다. 전 세계로 수출하는 대표 IT 기업을 경영하면서 이사회 구성은 100% 한국인(한국계)이라는 것이다. 반면 TSMC는 사외이사로 브리티시텔레콤 전 최고경영자(CEO),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전 회장, 전 MIT대 총장 등을 영입하는 등 글로벌 리더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 문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TSMC는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낮에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TSMC는 상장 주식 수의 20% 정도가 미국에 상장돼 미국의 국내 펀드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담길 수 있다”며 “삼성전자도 제품만 갖고 경쟁할 게 아니라 ADR로 상장해 자본시장에서도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