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요금 8만원 이상을 내는 5G 완전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지난해 30% 초반대로 내려앉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입자의 70% 이상이 고가의 완전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던 2019년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해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이동통신사들을 압박한 정책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동통신 업계에선 이미 낮은 요금제가 정착된 마당에 정부가 유도하는 저가요금제 추가 출시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전체 5G 휴대전화 가입자 중 8만원대 이상 데이터 완전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31.28%였다. 2022년 말 39.6%를 기록했다가 1년 새 30% 초반으로 하락했다. 5G 상용화 이후 처음 집계된 2019년 말의 72.31%에 비하면 절반 이상 낮아졌다. 반면 하위 요금 구간인 데이터 종량제 및 QoS(속도제한형)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2019년 말 27.69%에서 68.72%로 늘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치 변화가 정부의 정책 효과라고 본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1인당 월평균 데이터인 26GB에 근접한 중간 요금제 구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고, 이에 정부는 이통사에 중간요금제 도입을 유도했다.
이통사들은 2022년 8월부터 6만원 초반의 월정액요금에 데이터 약 30GB를 제공하는 속도제한형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지난해 3월에는 SK텔레콤이 5G 맞춤형 요금제를 출시하며 중간요금제를 주요 요금제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LG유플러스가 6만~7만원대 중간요금제를, KT가 6만원대 중간요금제를 추가로 출시하면서 요금제 다양화 경쟁이 펼쳐졌다. 요금 구간대별 소비자 선택지가 늘면서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한 요금제 이동이 나타난 셈이다.
요금제별 가입자 비중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면서 정부로서는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유도할 ‘정책 선택지’가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중간요금제 선택지가 많아진 데다 소비자들의 요금제 이동까지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통사들은 지난해 말 5G 스마트폰에서도 저가 구간의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이용약관을 개선했다. 추가로 5G 저가요금제가 나오더라도 정책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정부는 3만원대 요금제 출시를 유도 중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결합요금제를 내놓으라는 압박에도 들어갔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3만원대 5G 저가요금제의 경우 데이터 제공량이 현실적으로 적기 때문에 수요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요금제가 지나치게 복잡해져 소비자들이 적정 요금제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