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13위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다. 반면 증시는 아직 신흥국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 증시를 여전히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으로 분류한다. 외국인투자자의 접근이 어렵고,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고 있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MSCI는 지난해 6월 한국 증시를 신흥 시장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2008년 6월 선진국 지수 편입 관찰대상 국가에 지정됐지만 이듬해 편입이 유보됐다. 2014년 6월에는 선결 요건에 대한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관찰대상에서도 빠졌다. 매년 6월 연례 시장 분류를 재편하지만 올해도 한국이 관찰대상 국가에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 증시가 신흥국에 머무르는 이유로는 외국인투자자에게 폐쇄적이고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꼽힌다. MSCI는 한국 시장이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예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실제로 변화를 경험한 뒤에나 선진시장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새벽 2시까지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연장한다. 영문 공시 대상 기업은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에서 2026년에는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들이 실제 시행되고 난 뒤에야 선진국 시장 편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역시 한국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주가에 제때 반영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유다. MSCI는 시장 평가 요소에 공매도 허용 여부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중국 경제가 불안하면 신흥국 전반의 투자 선호가 줄어 덩달아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곧 코스피 변동성과도 연결된다. 외국인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코스피가 출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총에서 외국인 자금은 33%가량을 차지한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장기 글로벌 펀드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고, 국내 주가의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MSCI 지수는 미국계 펀드의 95%가 추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주로 장기자금으로 구성돼 외부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자금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면 국내 증시에 많게는 360억 달러(약 48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은 22일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한국 자본시장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환시장 구조 개선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MSCI 선진국 시장 편입이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면서도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환시장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