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국세청을 상대로 진행 중인 100억원대 세금 불복 소송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탈세 의혹을 받는 윤 대표가 이번 소송에서 질 경우 추가로 수백억원대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윤 대표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선임해 필 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앞서 조세심판원은 윤 대표가 신청한 불복 심판을 기각하고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윤 대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김영식 여사, 구연수씨와 함께 상속재산 다툼 중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표가 지난해 3월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청구’ 소송의 세 번째 변론기일이 이날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다음 달 21일로 연기됐다. 법조계는 연내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조세심판원 결정처럼 윤 대표가 패소할 경우 즉각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기업공개(IPO)로 ’대박’을 터뜨린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BRV의 펀드 운용 수익률이 자리한다. 윤 대표는 조세회피 지역인 케이만 군도 등에 소재한 2개의 BRV 펀드를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 24.7%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부터 모은 총 투자액은 1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전날 종가 기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시가총액은 12조9761억원이다. BRV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3조2051억원에 달한다. 현재 시점 기준 약 30배의 투자 수익을 보고 있다.
윤 대표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주식에 대한 차익 실현이 가능한 시점은 보호예수가 풀리는 오는 5월 이후다. 윤 대표가 그 시점에 바로 주식을 처분하면 펀드 운용 보수로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걸려있는 소송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윤 대표가 소송에서 지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관련 펀드 운용 보수와 관련해서도 막대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며 “현재 소송은 2020년까지의 소득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RV는 지난해 신약개발사 메지온에도 500억원의 투자금을 넣어 적지 않은 평가수익을 기록 중이다.
앞서 국세청은 2020년 2월~2021년 8월 1년 반 동안 윤 대표를 상대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윤 대표가 2011년부터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6~2020년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며 2021년 12월 윤 대표에게 2016~2020년 귀속 종합소득세 123억7758만원을 추징했다. 윤 대표는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지난해 3월 국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미국 국적인 윤 대표가 국내에서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는 ‘거주자’ 지위에 있는지다.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한다. 본지가 입수한 조세심판원 결정문(2022년 12월 29일)을 보면 윤 대표는 미국에 세무 신고를 할 때는 홍콩 거주자로, 한국 세무당국에는 미국 거주자라고 주장하며 역외소득을 감추는 등 편의에 따라 거주지를 변경했다. 또 국내 체류일수가 183일을 초과하지 않도록 고의로 관리한 은폐행위는 오히려 윤 대표가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는 방증이라고 조세심판원은 판단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