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700㎏ 초고해상도 위성 제작 과정, 긴박감이 흐른다

입력 2024-02-23 04:04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 자회사 쎄트렉아이에서 직원들이 지난 21일 방진복과 헤어캡을 쓰고 초고해상도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를 제작하고 있다. 쎄트렉아이 제공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사업장. 세종대왕급 구축함에 들어가는 함정 엔진 ‘LM2500’과 초음속 전투기의 항공 엔진 ‘F404’ 제작이 한창이었다. 기계 소음으로 가득한 스마트공장에선 수십대의 로봇 팔이 공구를 이용해 엔진 부품을 다듬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든 부품은 조립 작업장으로 옮겨져 엔진으로 완성된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해선 안 되는 엔진 조립은 직원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작업장 게시판에는 ‘무결함 783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5월 3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엔진을 만든다. 부품 2400여개가 들어가는 이 엔진은 58개의 조립 공정을 거친다. 제작 기간은 1기당 약 3개월이다.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는 2027년까지 3기의 누리호 제작을 주관한다.

21일 대전 유성구의 한화에어로 자회사 쎄트렉아이 연구소에선 파란색 방진복과 헤어캡, 마스크까지 착용한 직원들이 인공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 본체와 부품을 가리키며 쉴 새 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무게 700㎏가량의 초고해상도 지구관측 위성 스페이스아이-T는 내년 초 미국 스페이스X의 로켓을 타고 우주로 발사된다.

한화그룹은 이들 계열사를 통해 발사체부터 관측통신 위성까지 우주 사업 전반을 다루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22일 “국내에서 중대형 발사체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한화에어로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는 누리호에 이어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도 도전한다. 이 사업 주관 기업으로 선정되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2032년 달 착륙선 개발을 목표로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의 2단형 발사체를 만든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관 기업 선정 입찰에 불참하면서, 한화에어로가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위성 사업은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가 맡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민간 관측을 위한 소형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을 발사했다. 21일 찾은 경기도 용인 한화시스템의 위성관제센터에서는 직원 8명이 SAR를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있었다. 이곳은 지구를 하루에 15번 도는 SAR과 하루에 6번씩 교신한다. 교신 시 센터의 지시에 따라 SAR는 최대 11분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한화그룹의 우주 사업은 민간 주도로 기술 경쟁을 하는 ‘뉴 스페이스’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누리호 발사는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였다. 다만 미국의 스페이스X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은 멀다. 스페이스X는 주 1~2회 로켓을 쏘는 반면 국내 로켓 발사는 연평균 0.75번 수준이다. 이준원 한화에어로 우주사업부장은 “국내는 민간이 우주 사업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까지 가지 못했고 중간 단계인 ‘미드 스페이스’ 정도”라며 “앞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 민간 주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대전·용인=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