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국민연금 따로 나누자”… 낸 만큼 받는 개혁안 나와

입력 2024-02-22 04:06
이강구(오른쪽)-신승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을 구(舊)연금과 신(新)연금으로 분리하고 미래 세대의 노후에 기여할 신연금은 보험료를 낸 만큼 돌려받는 완전적립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미래세대도 적어도 보험료를 낸 만큼은 돌려받게 해 윗세대와 연금 수령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발표한 ‘KDI FOCUS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에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기성세대의 구연금과 미래 세대의 신연금으로 분리해 운용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신연금 제도는 연금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보험료를 연금 기금으로 쌓아두고, 기대수익률이 1이 될 때 연급급여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지금의 연금제도에선 기성세대는 낸 것보다 더 받고 미래세대는 낸 것보다 더 못 받을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각 세대의 기대수익비를 1로 수렴시키자는 취지다.

반면 개혁 이전에 납부한 보험료는 ‘구연금’에서 따로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기금 부족분에는 올해 기준 609조원 규모의 일반 재정을 투입하자는 게 KDI의 제안이다.

연구진은 신연금 보험료율을 15.5% 내외까지만 인상해도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출생연도에 따른 기대수익비는 2 안팎에서 꾸준히 하락해 2006년생부터 1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연금 개혁이 지연될수록 투입되는 재정은 급속도로 불어나므로 개혁을 최대한 앞당겨야한다고도 강조했다. KDI는 개혁이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인 2029년에 단행될 경우 재정부족분은 기존 609조원에서 869조원(GDP의 38.4%)으로 급증한다고 추산했다.


이 같은 제안은 국민연금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연구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유지될 시 30년 뒤인 2054년에 국민연금 기금은 전부 소진된다. 보험료율이 올라간다고 해도 기금고갈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연금재정에 이바지할 청년 세대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점도 기금 고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다만 재정투입이 불가피해 신연금제도가 국민연금 제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채를 발행하는 식의 일반재정 투입 방안이 결국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셈인 탓이다. 기대수익비를 1만 보장하므로 사적보험과 비교했을 때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최근 10년의 국민연금 수익, 수익률이 민간보다 11bp 정도 높았다”며 “세금으로 확보하거나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세대에게도 일부 부담을 시키는 방식으로 구연금의 재정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