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국내 증시 투자 입증만 하면 원화 차입 가능

입력 2024-02-22 04:06
코스피가 약보합 마감해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4.48포인트(0.17%) 내린 2,653.31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거래 사실만 입증하면 일시적으로 원화를 차입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증시 투자를 할 때 환전 절차가 지연돼 증권 결제가 실패하는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증권 결제·환전 편의 제고 방안’을 21일 발표했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개선의 후속 조치다.

우선 증권 결제 목적의 일시적 원화 차입을 허용키로 했다. 그동안 외국인의 환투기 악용 가능성을 우려해 엄격히 규제해 왔던 부분을 푸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로서 외국인의 원화 차입·보유는 두려운 점”이라면서 “이번 변화는 국내 투자 활성을 위해 외환 정책상 큰 결심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는 주거래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기관과 증권 결제를 위해 환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 원화 부족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외환거래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만 국내 관리은행에 입증하면 증권매매 결제대금을 차입할 수 있게 된다. 국내외 시차와 은행 간 송·수금 절차, 전산 오류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제 실패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국채통합계좌의 활용성도 확대한다. 현재는 유로클리어 등 국제예탁결제기구와 최종투자자 간 원화 송·수금을 제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개별 투자자가 별도로 만든 원화 계정으로 국제예탁결제기구에 예치한 원화 자금을 자유롭게 송·수금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투자자가 주식통합계좌로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 별도의 관리은행 선임, 투자자 또는 펀드별 본인 명의 현금계좌 개설 없이도 환전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한다. 현재는 외국 자산운용사가 100개의 펀드를 만들면 펀드별로 미국 달러 계좌, 원화 계좌를 만들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하나만 개설해 통합관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또 원화를 사전 환전해 보유하고 있어도 별도의 규제가 없다는 점을 유권해석을 통해 명확히 하기로 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느끼는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외환·금융 당국은 이런 제도 개선을 위해 올해 1분기 중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투자가 더 이뤄질지 예상하긴 어렵지만 외국인투자자가 투자하는 과정과 돈이 오가는 통로를 국제기준으로 표준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세종=김혜지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