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21일 “검찰 인사보다 밀린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조직의 안정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이민관리청 신설 등 한동훈 전 장관이 추진했던 주요 정책을 연속성 있게 이어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전·현 정부에서 반복돼 온 법무부 장관의 정치 편향 논란을 박 장관이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전날 오후 취임식을 가지고 당분간 검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후보자에 지명된 후부터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검찰 고위직 인사가 있었고,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나 검찰 내부 동요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문재인정부에서 추진된 검·경 수사권조정 이후 수사 등 형사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문제의식을 나타낸 바 있다. 취임 후 관련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한 전 장관이 추진한 법무행정 정책도 연속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범죄자 주거지 제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촉법소년 연령 하향(14→13세),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국회의 법안 심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검사들의 잇따른 출마 선언 등 정치중립 훼손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조직기강 잡기도 박 장관의 과제로 꼽힌다. 박 장관은 취임식에서 “멀리 갈 것 없이 검사들이 ‘검사 선서’를 다시 읽고 검사의 직에 나서며 약속했던 마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검사들의 총선 출마에 “솔직히 인상이 찌푸려진다”고 했었다.
법조계에선 추미애 박범계 한동훈 등 전임 법무부 장관들이 그간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장관의 정치적 중립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박 장관이 후보자에 지명됐을 때부터 대통령과의 친분 관련 지적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정치적으로 중심을 잡고 자신의 철학대로 법무행정을 이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