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금에 주택보증금까지… 설레고 따뜻한 사회 첫걸음 돕는다

입력 2024-02-22 04:05
지난해 열린 경남도 자립준비청년지원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청년들이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경남도 제공

경남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7년간 생활해 온 A군은 다음 달이면 18세가 되면서 그동안 지내던 시설보호에서 벗어나 자립준비청년이 된다. 우리나라 아동법상 아동양육시설에서의 생활은 18세까지다.

물론 개인의 사정에 따라 24세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A군은 다음 달에 시설을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 막상 그동안 생활해 오던 양육시설을 떠나려고 하니 약간의 두려움도 있지만 그렇다고 불안하지만은 않다고 했다. 앞으로 1년 동안 자립준비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세상 향한 첫걸음 가벼워진다”

경남도는 경남자립지원전담기관으로 지난 2021년 6월 개소한 ‘삼성 희망디딤돌경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도내 자립준비청년의 진로·취업 지원 등 19명의 전담인력(직업상담사)을 배치해 맞춤형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자립 지원을 돕고 있다.

이른 나이에 사회에 나와 학업, 생계까지 혼자 해결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 정착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경제·주거·교육·일자리 등 영역별 지원 정책을 확대한다.

경남도는 자립수당, 자립정착금 지원금액 인상 등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LH임대주택 보증금 지원과 생활관 무상 지원 등 주거 안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경제적 지원을 확대해 보호 종료 후 5년간 지급하는 자립수당을 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최근 인상했다.

또 한정된 국비 지원에 경남도 자체 지원금을 보태 자립정착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올해는 1200만원으로 인상해 소득 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는 서울, 경기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금액이며 자립준비청년의 자립 초기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착금을 일시금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자립준비청년이 보호 종료 후 재정관리 경험 부족으로 지원금을 낭비하거나 사기·갈취 등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재정 관리와 자립 지원 정보 제공, 자립 준비 개인별 컨설팅 등의 자립 교육을 통해 재정 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하고 있다.

이 외에 안정적인 주거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LH임대주택 입주자를 대상으로 최대 4년간 500만원 범위 내 보증금도 지원한다. 또 ‘희망디딤돌경남센터’를 통해 최대 2년간 보증금 없이 거주가 가능하도록 30실의 주거공간(오피스텔 원룸)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정착금과 보증금 등 경제적 지원 외에 자립준비청년의 취업 지원 서비스 제공과 고립·은둔 청년 등에 대한 사회적·정서적 지지체계도 구축했다.

자립의 필수 요건인 취업 지원을 강화해 자립 지원 전담기관 내 취업 지원 전담인력(직업상담사)을 배치, 맞춤형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취업 진로 캠프 등 취업역량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다양한 취업교육과 함께 도내 기업과의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경남도 자립준비청년지원 멘토링멘토 양성교육 현장. 경남도 제공

맞춤형 자립 지원 서비스도 세분화했다. 고립·은둔 자립준비청년과 경계선 지능 자립준비청년 등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는 별도의 전담 인력과 멘토단을 구성해 특화된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자립준비청년의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홀로서기에 동행하는 사회적·정서적 지지체계 구축도 확대해 도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전담 인력을 지난해 4명 추가 채용한 데 이어 올해 1명을 더 늘려 도움이 필요한 자립준비청년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개인별 특성과 욕구를 파악해 스포츠, 요리, 여행 등 주제별 자조모임 운영에 대해서도 지원을 확대해 다양한 경험과 함께 정서적 교류를 통해 사회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경남도는 지난해 11월 민간 후원단체, 기업, 유관 기관들과 함께 맺은 ‘동행 프로젝트’ 협약을 기반으로 민관이 협력해 다양한 후원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내일을 꿈꿀 기회 ‘진로 캠프’

직업 체험과 현장 견학, 진로 코칭, 적성검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내일을 꿈꿀 기회 경남자립지원전담기관 보호아동 진로 캠프' 모습. 경남도 제공

경남도는 최근 진주공군사령부 등 진주시 일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직업 체험과 현장 견학, 진로 코칭, 적성검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내일을 꿈꿀 기회 경남자립지원전담기관 보호아동 진로 캠프’를 운영했다.

이번 캠프에 참여한 B양은 “새로운 직업을 많이 알게 됐고, 직접 경험하면서 뭐가 적성에 맞는지도 고민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다른 직업도 체험해보고 싶다”며 “선생님들이나 다른 친구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친해져서 즐거웠다. 여기서 친해진 친구와 다음에도 캠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해마다 참석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경남도의 ‘보호아동 진로 캠프’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자립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취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호 조치가 종료되기 전 보호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진로 캠프는 진로 코칭과 다양한 진로체험 활동을 통해 자신의 흥미나 적성에 맞는 진로와 직업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이른 시기에 자립을 준비해야 하는 보호아동에게 실질적 지원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캠프는 진주 공군사령부의 협조로 공군사령부 부사관 되기 체험과 제과·제빵 기능사 등의 직업 체험과 현장 견학, 진로 코칭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신종우 경남도 복지여성국장은 “가족의 도움 없이 혼자 자립을 준비해야 하는 청년들이 사회에 처음 내딛는 걸음이 두려움과 외로움이 아닌 설렘과 따뜻함으로 채워지길 바란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을 더욱 꼼꼼하고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로 캠프는 자신의 적성에 대해 탐구해보고 다양한 직업세계를 체험해보는 기회”라며 “도움과 조언이 필요할 때 경남도와 자립지원전담기관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자립청년들을 응원했다.

창원=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