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시대에 펼쳐지는 놀라운 희망의 이야기

입력 2024-02-23 03:04

김영봉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 목사의 ‘시편의 사람’은 시편 전체를 6년 동안 묵상하고 해설한 책이다. 저자가 성도를 비롯한 말씀의 동역자와 시편으로 교제한 결과 나온 은혜의 결과물이다.

시편 대부분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부르짖는 기도로 구성돼 있다. 시편 저자들이 원수에게 쫓기고 수치를 당하는 등 삶의 절벽에 섰을 때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호소다. 저자는 책에서 시편 저자들이 역경 가운데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의탁하는 기도를 드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포기하는 것은 내가 주도하지만 의탁하는 건 하나님께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붙드는 시인을 보여주면서 우리 역시 그렇게 살 것을 권면한다.

시편은 피할 수 없을 때 피할 길을 보여주는 본문이기도 하다. 가망 없는 상황에도 하나님의 손이 보이니 소망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인생의 한계에 다다른 이들에게 책은 큰 은혜와 용기를 전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볼 때나 원수가 자신을 비난하며 공격할 때 눈물을 흘린다. 사회에 정의가 사라진 것 같거나 하나님의 임재가 끊어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렇다. 시편에는 이런 울음이 모두 등장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모든 울음을 기쁨으로 바꿔준다. 저자는 울음을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든다. “내 마음의 운전석에 주님을 모셔 들여라.”

시편을 읽고 묵상한 자만이 길어낼 수 있는 정수다. 책에는 저자만이 들려주는 은혜의 문장이 있다. 하나님이 내 마음의 운전석에 계시면 죽음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생명을 추구하는 거룩한 역사가 일어난다. 세상은 우리에게 우는 것은 연약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편은 애통해하는 자는 위로를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눈물 맺힌 이들에게 따뜻한 손수건이 돼 준다.

시편에는 놀라운 아이러니도 있다. 열악한 환경임에도 그 열악함 때문에 승리하고 성공한다. 다윗이 동굴로 도망갔을 때 그의 주위에는 빚진 자나 원통한 자, 환난 겪은 자, 마음이 슬픈 자가 모여들었다. 이를 보며 저자는 “가장 낮은 곳이기에 가장 높이 계신 하나님께 더 높이 찬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피 중 기도하니 동굴이 주님의 날개 아래 그늘이 된 것이다. 책은 이렇듯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우리를 위해 일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저자는 다만 모든 시편을 그리스도로 해석하는 ‘과잉 해석’은 지양한다. 대신 ‘시편의 사람’으로 살아간 그리스도를 닮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생은 재력과 학력이 부족해서 망하는 게 아니다. 상황에 상관없이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이 부족해 무너진다. 이 책으로 하나님과 연결되고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방영민 목사(부전교회)
'책의 숲에서 만나는 하나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