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반등… 정유사 올해 웃나… 전쟁 장기화에 홍해 리스크는 변수

입력 2024-02-21 04:05

최근 정유업계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반등하면서 지난해 실적이 대폭 감소했던 정유사들의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중동산 원유의 수입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싱가포르 평균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5달러였다. 지난해 2분기 0.9달러, 3분기 7.5달러, 4분기 4.1달러를 찍고 크게 뛰어올랐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정제시설 운영 비용, 원유 구매 비용 등을 뺀 것이다. 보통 정제마진 4~5달러를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해에는 정제마진이 급감하면서 정유사들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율은 78%였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부문은 영업이익이 76% 줄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각각 58% 감소했다.

올해는 상당 기간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석유제품 재고가 낮은 데다 석유제품 수요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에너지청(EIA) 등은 견고한 미국 경기, 중국 내 석유화학 수요 강세 등을 근거로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높였다.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의 정유제품 생산능력이 불안정해지고, 최근 한파의 영향으로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이 내려가는 등 공급 측면은 얼어붙고 있다.

최대 리스크는 중동 지역의 불안한 정세다. 지난해 12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홍해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란 해군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의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물류 통로가 막히면 아무리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도 원유를 구하지 못해 생산을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