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내비게이션으로 불리는 ‘티맵’의 자동차보험료 할인 마케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보험료를 할인받으려면 티맵 운전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는데, 급정거 등이 비교적 잦은 시내 주행 시 티맵 운전점수가 깎이는 것을 우려해 다른 내비게이션 앱을 쓰는 사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용자 확보를 위한 티맵 운전점수 기능이 되레 경쟁사 앱 이용률을 높이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티맵 운영사 티맵모빌리티에 따르면 티맵은 앱 자체적으로 이용자의 주행 속도와 패턴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운전점수를 매긴다. 과속, 급감속, 급가속 등을 하면 운전점수가 깎이고 안전운행을 하면 운전점수가 올라간다. 티맵 운전점수에 맞춰 보험료를 깎아주는 안전운전습관(UBI) 특약이 있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이용자들은 보험료를 최대 16% 할인받을 수 있다. 물론 최근 6개월간 500~1000㎞ 주행, 누적 주행거리 3000㎞ 이상 등 보험사별 기준을 충족해야 할인이 가능하다.
티맵은 2016년 운전점수와 자동차 보험료를 연계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내비게이션 앱 시장을 선점한 데다 보험 특약까지 생기면서 티맵 가입자는 급속도로 늘었다. 지난 14일 기준 티맵 누적 가입자는 2148만2913명으로 집계됐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UBI 특약은 사고 방지 효과를 볼 수 있어 티맵과의 협약 체결에 긍정적이었다. 할인에 따른 부담은 보험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티맵으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처럼 보였다.
그러나 안전운전 점수만 높이려는 속임수가 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티맵에 목적지 찍고 버스 타세요’ ‘티맵 운전점수는 광역버스나 회사 셔틀버스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등의 보험 사기형 팁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티맵모빌리티 측은 보험료 할인에 필요한 최소 주행거리 등의 기준을 설정해놨기 때문에 꼼수 사용은 일부일 것으로 추정했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버스를 타고 티맵을 켜면 탑승자의 버스 내 위치에 따라 GPS 기록이 비정상적으로 튈 수 있다. 이런 경우 운전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날로 진화하는 꼼수를 차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엔 ‘속도 좀 내야 한다면 티맵 말고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내비를 이용하라’는 팁까지 퍼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잡한 시내 주행 때는 안전운전 점수가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앱을 쓰는 이용자들이 많다. 티맵의 보험료 할인 마케팅이 결국 경쟁사 앱을 돕는 효과를 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티맵의 경쟁 앱인 네이버 지도·내비게이션 월간 이용자 수는 2500만명으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네이버는 이 앱을 쓰는 이용자들을 위해 UBI 특약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중교통, 주변 검색 서비스 등까지 갖춘 네이버 앱 장점에 안전점수 보험특약 서비스까지 추가될 경우 티맵 점유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