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인허가 88% 아파트… 갈 곳 없는 서민층

입력 2024-02-20 04:03
13일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다. 윤웅 기자

지난해 새로 짓겠다고 인허가를 받은 주택 10가구 중 9가구가 아파트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 사기 사건 여파로 아파트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단독주택·다세대·연립주택 등의 주거 선택지가 줄어든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디딤돌 역할격인 비(非)아파트 축소는 청년이나 서민층의 주거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19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 38만8891가구 중 아파트는 34만2291가구로 88.0%를 차지했다. 단독주택(다가구 포함) 인허가가 3만1815호로 8.2%, 다세대주택은 8887호로 2.3%, 연립주택은 5898호로 1.5%로 집계됐다.

‘아파트 쏠림’ 현상은 지난해에 유독 두드러졌다. 2023년 주택 인허가 물량 중 아파트 비중은 2022년 82.0%에서 6.0% 포인트 올랐다.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상승 폭이다. 2013년만 해도 63.3%였던 아파트 비중은 2017년(71.6%) 처음 70%대로 올라서고, 2022년(82.0%) 80%대를 넘긴 데 이어 이제 90%를 바라보게 됐다.

반면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과 단독주택 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인허가 물량 중 다세대 비중은 2012년 20.4%에서 2013년 18.4%, 2014년 15.9% 등 매년 줄어들다가 2019년(9.1%) 처음 한 자릿수가 되고 지난해에는 2.3%까지 낮아졌다. 2~3%대를 유지했던 연립 비중도 지난해 처음으로 1%대로 축소됐다.

이는 빌라·오피스텔 등의 분양 수요가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민간 건설사 입장으로선 전세 사기 여파로 기피 현상이 심해진 빌라·오피스텔 분양에 나서기 어렵다.

비(非)아파트의 인허가 축소는 결국 주택시장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빌라, 오피스텔 전세 수요가 아파트 수요로 옮겨가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보증부 월세금도 비싸지면서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규 인허가의 아파트 집중화가 결과적으로 청년 및 서민층의 주거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아파트 쏠림 현상은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사다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