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재표결 가능성에 ‘현역 물갈이’ 속도 늦추는 국힘

입력 2024-02-20 04:06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들어서며 밝은 표정으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이 공천 과정에서 ‘현역 물갈이’에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50억 클럽 특검) 재표결을 의식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쌍특검법 재표결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연전술을 펼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쌍특검법을 재표결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재표결을 하지 않는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당초 국민의힘은 2월 임시국회 개회식이 열린 이날을 포함해 교섭단체 대표연설·대정부질문으로 본회의가 잇따라 개최되는 이번 주 안에 쌍특검법을 재표결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2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할지 여부를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하겠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쌍특검법 재표결 시기와 맞물린 현역 의원 컷오프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19일까지 컷오프된 현역 의원은 비례대표 최영희·서정숙 의원 2명뿐이다.

앞서 공관위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현역 교체지수 하위 10%를 컷오프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단수추천, 우선추천, 경선 등이 결정되지 않은 지역구 현역 의원이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공관위는 아직까지 지역구 현역 의원의 컷오프는 발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비례대표 의원과 달리 지역구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개혁신당으로 옮겨가 (쌍특검법 관련)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현역 의원 재배치에도 신중한 스탠스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배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후보자가 수용해야 재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한 박진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는 김영호 민주당 의원(재선) 지역구인 서대문을에 단수추천 혹은 우선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당에서 격전지 제의를 받고 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공관위는 이날 최재형 의원(서울 종로)과 윤희숙 전 의원(서울 중·성동갑),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부산 부산진갑) 등 13명을 단수 공천자로 발표했다. 전·현직 의원 3명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중·성동을에는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경선을 치른다. 부산 중·영도에서는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내각 출신 인사 간 경선이 치러진다.

대통령실 출신 중에는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경기 안산상록갑)만 단수 공천을 받았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경기 성남분당을), 김기흥 전 부대변인(인천 연수을), 전지현 전 행정관(경기 구리) 등은 경선 대상이다.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부산 부산진갑)과 이인제 전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 등은 컷오프됐다.

구자창 이동환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