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언운반일념(聖言運搬一念)’.
정장복 한일장신대 명예총장이 늘 달고 다니던 문구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운반하는 이로서 복음을 전하는 일념만 가져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 1세대 예배학 교수이자 한국교회 예배설교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정 전 총장이 지난 14일 82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이 문구가 교계에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1942년 전남 완도에서 출생한 정 총장은 한국교회 예배와 설교 분야의 초석을 다진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한남대 영문과와 장로회신학대 신대원을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신학교와 샌프란시스코신학교에서 실천신학을 공부했다. 1980년부터 25년간 장로회신학대 예배설교학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으며 2004년부터는 한일장신대 제3~4대 총장을 지냈다. 한일장신대 총장 재임 때 1년간 무보수로 섬기며 후학 양성에 매진한 일화는 유명하다.
정 총장은 1984년부터 해마다 예배자료를 엮은 ‘예배와 설교 핸드북’을 펴내며 후배 목회자 교육에 헌신했다. 오랜 세월 후학 양성에 매진해 왔던 그는 제자들에게 ‘호랑이 교수님’ ‘목회자의 멘토’ 등으로 불리곤 했다. 그는 목회자들의 설교를 직접 모니터링하며 이메일을 통해 “오직 말씀만 풀어라. 제대로 된 표현을 사용하라”고 조언하곤 했다. 그의 제자 중에는 김경진(소망교회) 주승중(주안장로교회) 목사도 있다.
정 총장의 제자라고 밝힌 한 목회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정장복 교수님을 처음 뵀을 때는 한일장신대 학부생 때였다. 교수님께 몇 번 혼난 적이 있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무서웠지만 다정다감하셨던 교수님이셨다.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성언운반일념’ 가슴에 꼭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장이 수년 전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 내용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목회자들에게도 회초리 같은 메시지로 와닿는다.
“목회자는 가난과 고통, 환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질문명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성이 있어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 말씀만 전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