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근무 중단이 결국 시작됐다. 이들의 이탈이 현실화된 병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벌써부터 외래 진료는 물론이고 말기 암 환자마저 수술이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입원했던 환자들은 진료를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퇴원하고 있다. 애꿎은 환자들이 볼모로 잡혀 불법적인 집단 행동의 수단으로 동원된 셈이다. 이들은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항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전공의는 의료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전국 수련병원 221곳에서 1만3000여명이 수술·회진에 참여하고 야간·응급 상황에 대처한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5곳(빅5)의 경우 전공의 비중은 전체 의사의 40%에 달한다. 이들의 집단 이탈이 초래할 혼란과 환자의 고통은 전공의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환자 곁을 떠나겠다면 상응하는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한 이유는 공감할 수 없다. 의대 정원 확대로는 필수·지역 의료 붕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만 반복한다. 살인적인 근무 시간과 업무 강도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면서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는 반대한다. 그러나 필수·지역 의료 강화는 부족한 의사수를 채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혹독한 근로 환경은 교대할 의사를 충원해 해결하는 게 상식인데 억지를 부린다. 집단 사직의 진짜 이유가 미래의 수입 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정부는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번에도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밀리면 응급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응급실 뺑뺑이’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고,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 개인에게는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있다. 경찰은 집단 행동을 선동하거나 법을 위반한 경우 체포를 불사하는 신속한 수사를 약속했다. 결코 엄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적당히 타협한 뒤 불법 행위를 없던 일로 무마하던 잘못된 관행이 사태를 악화시켰음을 명심해야 한다.
동시에 의료공백 피해 최소화에도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덕수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한 군의관·공중보건의 투입 및 공공의료 비상진료 체계 가동 등 각종 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와 관행적으로 활용되는 진료보조(PA) 간호사 투입에는 조금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