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장동 백현동 사건 ‘앞 단계’로 꼽힌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설립 과정의 뇌물 사건, 백현동 사업 인허가 과정의 알선수재 사건에서 잇따라 유죄가 선고됐다. 이 결과가 현재 두 사업에서 총 5095억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 관계자는 18일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며 “피고인으로서는 긴장해야 할 판결”이라고 말했다. ‘백현동 로비스트’의 성남시에 대한 알선 청탁, ‘대장동 민간업자’ 측이 공사 설립을 위해 뇌물을 건넨 사실 등이 법원에서 인정돼 이 대표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반면 이 대표 배임 혐의가 인정되려면 공사 성남시에 손해를 끼칠 의도, 즉 고의성이 입증돼야 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반론도 적잖다. 배임죄가 인정되려면 사업 과정이 정상적인 임무에 위배되는지, 배임 고의가 있는지 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은 손해를 끼칠 의도를 어떻게 입증할 건가”라며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백현동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알선 청탁을 백현동 사건 앞 단계로 꼽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는 김 전 대표가 이 대표,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의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을 위한 인허가 알선을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는 정 회장으로부터 74억여원 대가를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최종적으로 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려 공사에 200억원 상당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실제 공사 배제 결정이 김 전 대표 청탁 때문인지, 위법한 의사 결정이 있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부지 용도변경 등 결재에 관여했다는 점이 판결문에 적시됐지만, 그것이 청탁 대가였는지는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검찰과 이 대표 측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은 청탁이 이뤄졌고 공사 측 손해가 있었으며, 민간업자가 이익을 얻었다면 배임죄 구성요건이 된다는 입장이다. 배임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간부는 “배임 고의는 입증이 상당히 어렵지만, 사업과 관련해 돈이 오간 게 걸리면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정당한 사업이면 돈이 오갈 이유가 없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 측 조상호 변호사는 “법원이 판결에서 강조했듯 청탁이 실제 효과를 발휘했는지와 무관하게 알선수재는 성립한다”며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게 정 전 실장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업 자체는 합법적으로 진행됐기에 배임 고의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조 변호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허가 결정과 관련해 배임 책임을 물은 사례가 없다.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배임이라면 지자체장이 어떤 의사결정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 청탁 사건’도 주요 쟁점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김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 사건을 “대장동 개발사업이 가능하게 된 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에게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 지원 등을 청탁했고 그 대가로 40억원을 약속했으며 실제로 80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공사 설립이 이 대표 공약이자 민간업자 사업 참여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었다고 본다. 민관합동 개발 과정에서 공사에 4895억원 손해를 끼쳤다는 게 이 대표 혐의 골자다.
쟁점은 공사 설립 과정의 위법성이 이 대표 배임 혐의와 연결될 수 있는지다. 검찰 관계자는 “공사 설립은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의 핵심 공약이었고, 대장동 일당이 공약을 대신 실천해 준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 대표 측과 민간업자의 유착 관계가 인정된 것이란 취지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공사 설립은 민간업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는데, 이 대표가 공사 설립 의지가 강하니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사업권을 나눠 먹겠다며 방향을 바꾼 것뿐”이라며 “이 대표와는 관계가 없는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향후 재판의 향방은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고의와 동기를 얼마나 입증하는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