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건강 증진, 치매 등 만성질환 예방도 가능

입력 2024-02-19 21:05

집안 어른이 치주염이나 치아 문제로 식사를 잘 못 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연세 때문에…’ 하는 마음으로 애써 무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흔한 노인 건강 문제 중 한 가지가 바로 치아와 잇몸질환이다. 단순히 구강의 범주를 넘어 뇌 건강을 비롯한 우리 몸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부터 치주염 같은 구강 건강 문제가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치매 등 만성질환의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한 연구들이 있었다. 아직 확실히 결론이 내려진 상태는 아니지만 상당한 과학적 근거가 있고 많은 전문가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치주염이 심해지면 세균, 내독소, 염증 촉진 물질 등이 혈액으로 유입되면서 혈관과 뇌 조직의 염증 등을 유발하고 각종 만성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서도 치매나 뇌졸중 병력이 없는 55세 이상 성인들을 관찰한 결과, 구강 건강이 나쁜 사람들의 뇌 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컸다. 또 향후 나이가 들면서 치매, 뇌졸중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 연구는 MRI 장비를 이용해 뇌의 변화를 입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는데, 구강 건강이 인지 기능 저하를 포함한 뇌 건강의 악화와 관련이 있다는 과거 연구들의 결론에 증거를 더하고 있다.

수년 전 국내 연구진도 노인들의 치주염, 틀니 사용 등 구강 건강 문제가 치매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비슷한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다행인 것은 구강 건강 문제는 대부분 개선이 가능해서 뇌 건강 문제 등 만성질환의 다른 위험 요인들에 비해 조기에 비교적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 들면서 문제가 되는 만성질환 예방에 구강 건강 유지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명의 증가로 노인 연령층이 급속히 증가하고 노인들의 건강 수명 연장이 필요해진 요즘, 구강 건강은 단순히 노인의 적절한 영양과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치매 등 각종 만성질환의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뿐 아니라 국가 및 사회적 차원에서 노인들의 구강 건강 증진에 더 적극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전 강북삼성병원장·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