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의 폭력조직 ‘멸치파’ 우두머리였던 20대 쌍둥이 형제 A씨와 B씨는 조직원들을 수차례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2월 1심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조직원들이 1심에서 기존 진술을 뒤집고 “A씨 등이 폭행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점을 수상히 여겨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 형제는 엄마까지 동원해 조직원들에게 위증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모친은 휴대전화 4대를 동원해 조직원들에게 ‘위증을 해 달라’는 내용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했다. 위증교사 정황은 쌍둥이 형제가 수감 중 작성한 일기장에도 적혀 있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조직적 위증을 확인하고 지난해 5월 모자를 포함해 총 10명을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해 적발된 ‘위증사범’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위증사범은 적발 건수 기준 2021년 372명, 2022년 495명, 2023년 622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적발 건수는 2022년 대비 25.7% 증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가 위증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었던 2021년과 비교하면 67.2% 늘었다.
이는 2022년 9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위증 등 사법질서 방해 범죄가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에 포함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가 다시 증가했다”며 “그 결과 위증사범 입건 인원이 검찰 수사권 축소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적발한 위증 사례엔 조직폭력배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사건 사기꾼, 마약 사범도 포함됐다. 수원지검은 필로폰 1.5g을 거래한 이들이 ‘필로폰이 아닌 휴대전화를 매매한 것’으로 입을 맞춘 정황을 포착해 지난 1월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금전적 대가가 오간 위증 사건도 적발됐다. 전 여자친구를 강간상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의 친구 C씨는 피해자의 새 남자친구 D씨에게 “5000만원을 줄 테니 피해자 진술을 번복시켜 달라”고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인 D씨는 피해자에게 허위 진술을 연습시켰고, 해당 녹음 파일을 편집해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인천지검은 지난달 C씨와 D씨를 위증교사 및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검 관계자는 “위증은 실체적 진실을 왜곡·은폐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고 사법질서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중대 범죄”라며 “‘법정에서 거짓말은 통하지 않으며,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