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예고일에 맞춰 전국 병원 전공의들이 19일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단체행동에 나선다. 정부 압박에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 의사를 철회했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병원 현장에서 일부 진료 공백이 예고되며 환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단체행동이 예고된 19일이 의대 증원 갈등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를 내고 “(집단행동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부디 의료 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 달라”고 전공의들에게 당부했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수련을 하는 인턴(1년)과 레지던트(3·4년)를 말한다.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 상태 등을 점검하는 등 주요한 업무를 맡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부로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근무 상황을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매일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다. 전공의가 업무 개시 명령을 받고 병원에 복귀한 뒤 다시 이탈하는 ‘가짜 복귀’를 막는다는 취지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공의 수 상위 100개 수련병원 중 23개 병원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복지부가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실제 수리된 건수는 없었다.
문제는 ‘빅5’ 병원 전공의들이다. 이들은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체 전공의는 약 1만3000명으로 이 중 ‘빅5’ 전공의는 2745명이다.
연대 세브란스병원 일부 전공의들은 4개 병원보다 하루 앞선 19일 오전 7시부터 집단 사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4년차인 김혜민 의국장은 “소아청소년과 1~3년차 사직서는 일괄적으로 19일 교수부에 바로 전달될 예정이고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다만 4년차들은 당직을 포함해 정상근무를 하게 된다.
가장 먼저 집단행동에 나섰던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지난 16일 인턴 4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전원 복귀를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19일에 맞춰 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날 전국 40개 의대 중 처음으로 원광대 의대생 160여명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는 등 ‘예비 의사’들의 집단행동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대한의사협회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한 총리의 담화문 발표 직후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병원들은 환자에게 수술 연기 등을 안내하고 있다. 당장 세브란스 병원은 19일부터 수술을 절반으로 축소키로 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수술이나 입원 일정이 조정·연기될 수 있다고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동의서 서명이나 드레싱(상처 치료) 등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업무 일부가 간호사에게 맡겨지는 등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상급병원은 중증진료를 중심으로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전국 400곳 응급 의료기관은 24시간 비상진료 체계를 운영하는 등 대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권중혁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