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환자 두고… “병원 떠나겠다”

입력 2024-02-17 04:08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16일 의료진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서울 5대 대형병원 전공의 전원이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내리고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의과대학생 집단휴학 예고에 이어 이른바 ‘빅5’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젊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했다. 정부는 법적 대응 원칙을 재강조하면서 “사후 구제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의료 대란이 현실화하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투쟁에 나선 의사들을 겨냥한 국민적 비난 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5곳의 전공의 대표들과 긴급 논의를 진행한 결과 집단 사직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병원 소속 전공의 전원은 오는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병원 근무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이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추후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참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공의 집단행동이 전체 병원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전날 기준 7개 병원 15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다만 복지부가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한 건도 수리되지 않았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게 되면 의료 공백은 불가피하다. 빅5의 경우 전체 의사 수 대비 전공의 비율이 최대 46.2%(서울대병원)에 달한다. 인원 비중이 클 뿐 아니라 전공의는 주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투석실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결국, 극단적인 투쟁 방식에 의사만 고립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박 회장을 포함한 전공의 대표들은 휴대전화를 꺼놓는 등 대화를 거부한 채 투쟁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로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에 집단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했다. 무단결근한 전공의가 있는 병원에는 현장 점검도 실시했다.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에 대해선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이를 위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 처분뿐 아니라 형사처벌도 이뤄진다. 1심 판결만으로도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오는 경우 ‘면허 취소’ 처분이 가능하다.

정부는 2020년 문재인정부 당시 의대 증원을 번복했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명령에도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와 전임의 10명에 대해 고발을 했다가 취하한 바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당시 취하를 했던 게) 집단행동을 쉽게 행동으로 옮기는 의료계 문화를 더 강화시킨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사후 구제, 선처가 없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