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표적] <47> 네 손을 내게 내밀라

입력 2024-02-06 03:07
안식일과 손 오그라든 사람.

어느 안식일에 예수님이
갈릴리의 한 회당에 들어가시네
거기에는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는데
오른손이 오그라들어 쓸 수가 없네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는지 안 고치는지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고소할 거리를 찾으려고
두 눈 부릅뜨고 계속 지켜보네

그 병자를 일으켜 세우신 예수님이
회당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으시네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게 옳으냐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잠잠하자
예수님이 그 병자에게 말씀하시네
네 오그라든 그 손을 내게 내밀라
그가 오그라든 손을 내밀자 바로 낫네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 초기 어느 안식일에 갈릴리 지방의 한 회당(會堂)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쪽 손이 오그라든 병자를 고쳐주신 이 사건은 공관복음에 모두 기록되었다. 마태와 마가는 단순히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라고 표기했으나, 의사 출신 누가는 구체적으로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이라고 적었다. 제롬(히에로니무스)이 인용한 외경(外經)에 따르면 석공(石工)인 이 사람은 손으로 밥을 벌어먹었다고 한다. 여기서 ‘손이 오그라들었다’라는 말은 뇌 손상으로 인한 중풍이 아닌, 혈액 순환이 불순해 손 근육 기관이 상실된 것을 말한다. 바싹 마르고 오그라든 손을 더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 불용(不用)과 죽음의 손일지라도, 오직 믿음으로 예수님께 내밀자 그 즉시로 회복된 것이다.(마 12:9~13; 막 3:1~5; 눅 6:6~10)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