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 사과나무치과 정준우 원장, 실용음악과 새내기 되다

입력 2012-03-19 11:55

“하고 싶은 음악, 일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

[쿠키 건강] 자아를 찾고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평생 계속돼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스스로 몰랐던 재능과 능력을 발견하기고 하고 나아가 새로운 인생의 전기를 맞기도 한다. 하지만 게으른 탓에,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또 바쁜 일상생활에 쫓겨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이를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좋아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너무나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면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늦었지만 다시 대학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현직 치과의사로 실용음학과 12학번 새내기가 된 치의학박사가 있어 부산 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 사과나무치과 정준우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 원장은 부산대 치의학과에 입학한 지 20여년 만에 최근 부산예술대학 실용음악과 12학번으로 새롭게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취미로 기타를 연주한 정 원장은 음악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싶어 다시 학교에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기타 연주를 시작해 7년 전부터는 연 2회 정기공연을 할 정도로 뛰어난 그의 연주 실력에 대해서는 이미 주변에 평이 자자하다.

나이 마흔이 넘어 다시 대학에 학교에 다니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재미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본래 관심이 있었던 분야인 데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때면 설레는 한편 긴장도 되면서 즐겁고 행복합니다.”

70년생인 정 원장은 학교에서 12학번 동기인 93년생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날지 몰라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과 서로 교감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정 원장을 형님이라 부르면서 잘 따른다고.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술값이 좀 많이 드네요”라며 웃었다.

정 원장이 다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된 데는 아이들도 한몫 했다.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부산대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마침 그 날 밴드공연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공연을 보면서 눈을 못 뗐다고 한다. 그 때 든 생각이 ‘아, 내가 저 자리에서 연주하고 있다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라는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정 원장이 본업인 치과의사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대학교 치의학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정 원장은 환자들이 보다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련 공부를 하는 한편 학술세미나에도 부지런히 참석하고 있다.

대한치과이식학회 부산지부 학술이사를 지내기도 한 정 원장은 논문발표를 인정받아 지난 2011년 부산치과의사협회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모교인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로 위촉되는 등 본업인 치과 분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신의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여건으로 인해 미뤄뒀던 것들을 배우기 위해 많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와인, 제빵, 요리, 공예, 사진 등 여러 분야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 원장은 “본업 때문에 바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해야만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치과의사라는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또 다른 자신을 찾기 위해 학교에 새로 입학하는 등 끊임없는 도전을 시도하는 정 원장이 보다 많이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