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객 25% 스마트 기기 사용… 바른자세는 18% 불과”

입력 2012-03-17 08:05
고도일병원, 지하철 2호선 승객 대상 관찰결과… 구부정한 자세, 목 등 통증 유발 ‘주의’

[쿠키 건강] 새학기와 직장 발령 등이 겹치는 3월은 지하철 이용객이 늘어나는 시기다. 지많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스마트 기기를 다루는 자세가 잘못돼 있다면 척추 통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실제로 고도일병원이 지하철 승객의 자세를 조사해보니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허리와 어깨를 구부정하게 한 채 목을 아래로 과도하게 숙이고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들을 이용하면 척추 피로가 유발돼 척추 퇴행이 앞당겨지고 장기간 반복되다 보면 목디스크나 허리디스크와 같은 중증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지하철 좌석 승객 27%,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 사용= 고도일병원은 최근 지하철 2호선 승객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는 10량 420석(1량 좌석 42석, 보호석 제외)에 앉아있는 승객 420명이 어떤 자세로 무엇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관찰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지하철 좌석에 앉아있는 승객 중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아 전체의 26.9%(113명)를 차지했다. 지하철 좌석 7석에 앉아 있는 사람 7명 중 2~3명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25.5%(107명)는 잠을 자고 있었고 21.9%(92명)는 특별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다음은 전화통화 6.2%, 이야기 등 기타 7.4%, MP3 듣기 5.9%, 책 읽기 3.3%, 신문 보기 2.9% 순이었다.

이 가운데 스마트 기기(전화통화·MP3듣기 제외)를 다루거나 책을 읽는 등 어떤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139명이었는데, 이들의 자세는 척추에 상당한 무리를 주는 자세인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거나 독서 중인 승객 가운데 눈높이까지 올린 바른 자세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18%(25명)에 불과했다. 5명 중 3명(64%, 89명)은 물건을 손으로 들긴 했지만 배나 가슴 높이까지만 들어 고개를 약간 숙인 자세를 하고 있었다. 13%는 물건을 허벅지에 올려놓아 허리와 어깨를 구부리고 고개를 푹 숙인 자세를 하고 취했다.

흥미로운 점은 물건의 종류에 따라 자세가 약간씩 달라지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이다. 비교적 가볍고 크기가 큰 신문은 눈높이까지 올리고 바른 자세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비해 한 손으로 들기엔 무겁고 다른 한 손은 스크린을 터치해야 하는 태블릿 PC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이 허벅지에 내려놓고 고개를 푹 숙인 나쁜 자세로 사용하고 있었다.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고개를 약간 숙인 자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마트기기 눈높이로 올리고 30분에 한 번씩 스트레칭 해야= 고도일 고도일병원 병원장은 “스마트 기기를 집중해 사용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점점 더 목과 허리, 어깨가 구부정해진다”며 “이러한 자세를 장시간 하게 되면 척추 통증이 유발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자세로 스마트 기기를 사용했을 때 가장 생기기 쉬운 척추 질환은 거북목 증후군이다. 거북목은 목 뼈가 C자형의 정상 굴곡에서 일자 형태로 변하면서 목뼈를 이루는 근육과 인대에 무리가 가해져 목에 가해지는 외부의 충격을 완충하지 못하게 돼 목디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밖에 허리와 어깨, 기기를 들고 있는 손목과 스크린을 터치하는 손가락에도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 기기는 항상 바른 자세로 정해진 시간만 사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허리와 목이 과도하게 숙여지지 않도록 기기를 눈높이까지 올려야 한다. 태블릿 PC나 책이 무거워 한 손으로 들고 있기 어렵다면 허벅지 위에 가방을 세운 뒤 태블릿 PC 받침대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크린과 눈 사이의 거리는 30㎝ 이상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자세라도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지하철 이용시간이 30분을 초과하는 경우 5분 정도는 스마트 기기 이용을 중단하고 허리 펴기, 어깨 돌리기, 목 돌리기, 손가락 털기, 주먹 줬다 펴기 등 앉은 자세에서 할 수 있는 간단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스마트 기기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휴식 시간을 알려주는 30분 알람을 설정하거나 스트레칭 동작을 알려주는 어플, 혼자 스트레칭 구령을 제공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어플 등을 다양하게 이용하면 스마트 기기 이용 피로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