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수들 뒤에서 선수 개인의 운동 프로그램과 재활치료를 계획하는 등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이가 있다. 바로 국가대표 선수단의 주치의다. 오는 7월 선수들과 함께 런던으로 동행하는 태릉선수촌 주치의를 만나 메달을 향한 여정을 들어봤다.
현재 태릉선수촌 의무실에는 재활의학전문의, 가정의학전문의, 간호사와 방사선사, 물리치료사가 있으며 이들은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선수들 못지않은 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 컨디션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주치의 역할= 일반인이 취미로 운동을 즐기는 것과는 달리 선수들은 실전 경기와 같은 강도로 훈련을 이어 가기 때문에 이로 인한 근육과 인대 손상, 신경계와 근육 계통의 통증을 늘 안고 생활한다.
일반인들은 운동을 하다 넘어져 다리를 다쳤을 때 며칠 휴식을 취하면 된다. 심한 경우 다친 다리의 사용을 자제하고 당장에 수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럴 수 없다. 당장 141일 뒤에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이 있기 때문이다.
태릉선수촌 권유하 주치의(재활의학전문의·사진)는 선수들의 통증이 심해지지 않고,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수의 몸 상태를 파악해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또한 큰 경기를 앞두고 국제 기준에 맞는 약물을 투여하는 도핑 관리도 병행한다. 태릉선수촌의 선수들도 일반 병원의 개인별 맞춤 진료와 마찬가지로 일괄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수촌에서는 의사와 트레이너, 선수, 물리치료사 등이 모여 늘 회의를 한다. 선수의 치료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위해서다. 시기별로 오프시즌, 프리시즌, 온시즌, 액티브시즌의 4단계로 나눠 컨디션 관리와 종목에 맞는 특화된 치료, 근력 유지, 회복 등을 단계별로 계획해 실행한다.
권유하 주치의는 “선수의 종목에 따라 예상되는 부상 부위에 무리를 주지 않고 부상당했던 곳이 심해지지 않도록 의학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시합 일정에 맞춰 선수들에게 필요한 약물이나 주사를 적절히 처방하는 것도 주치의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주치의는 “무엇보다 런던올림픽에서 선수 기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선수들을 돕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재활과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치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대표 선수들, 환자 아닌 나라의 대표= 태릉선수촌 안에 있는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매일 훈련을 한다. 모두 운동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일반 병원의 의사와 달리 태릉선수촌의 주치의는 그들이 환자이기 이전에 운동선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권 주치의는 “선수들이 다리를 다쳤다고 해서 무조건 정형외과 환자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몸이 아픈 환자이지만 그들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 선수들이고 운동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태릉선수촌 안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아니라 ‘국가대표’라는 개념이 하나 더해진다.
의무실을 찾는 수많은 선수들 중에는 간혹 심각한 부상을 당해서 찾기도 한다. 일반 병원의 환자라면 의사는 빠른 수술이나 처치를 위해 신속하게 증상을 설명한다. 그러나 태릉선수촌의 주치의는 선수에게 증상을 말할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단계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 주치의는 “모든 의사들이 마찬가지로 환자를 배려해서 증상을 말하지만 선수촌 안에서는 선수가 어떻게 운동을 했고 재활 프로그램을 얼마나 성실히 따라와 줬는지 선수의 노력을 다 알기 때문에 증상을 전달할 때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한 선수는 치료 프로그램을 성실히 따라줘 몸을 90% 이상 회복시켰지만 다른 시합 중 부상을 당한 경우가 있었다. 모든 운동을 당장 중단해야 할 상황이지만 올림픽을 위해 힘든 치료 프로그램을 따라와 준 선수였기에 의사로서 선수를 대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주치의가 하는 말이 메달에 대한 꿈을 키워왔던 선수의 열정을 꺾기도 하고, 올림픽 이후의 선수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밀 검사 후 수술 일정을 잡아야 한다, 내일부터 왼쪽 다리를 사용하는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등의 일반적인 얘기조차도 운동선수이기에 전할 수 없는 것이다.
권 주치의는 “환자이지만 마냥 환자로 볼 수만은 없는 사람들이 태릉선수촌 선수들”이라며 “일반적으로 밖에서 보는 환자들과는 다르게 대해야 하며 모든 재활과 치료의 초점이 개인의 컨디션 회복과 올림픽 일정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애국심+사명감, 그것이 국가대표 주치의= 국가대표 주치의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의사다. 선수들의 건강관리는 물론이고 국제 기준에 맞게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주치의가 계획하는 운동과 치료, 약물 투여 방법과 시기 등이 전부 선수의 개인 컨디션으로 이어지고 이는 올림픽에서의 기량 발휘와 직결된다.
권 주치의는 “선수들은 회복기에도 통증이 있고 스스로 다친 걸 알면서도 다친 근육을 사용해 운동을 한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빛내기 위해 매일 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면 애국심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그는 “다친 몸으로도 운동에 대한 집념과 열정, 국가대표라는 의지를 갖고 운동을 하는 선수들을 치료하는 선수촌 주치의라면 당연히 선수들의 사명감과 애국심을 존중하고 의사도 함께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을 도와 런던에서 좋은 성적이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하며 “태릉선수촌의 모든 사람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메달색이 다르더라도 박수를 보내주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올림픽까지 3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선수들이 지금 흘리는 땀방울과 런던에서 3개월 후 흘리게 될 땀방울은 금메달의 광채보다 빛날 것이다. 올림픽에 나가더라도 실격하거나 탈락할 수도 있고 수상대에는 올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그들이기에 결과 앞에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온 선수들, 런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태릉선수촌의 모든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응원해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