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기 인하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 교장(소아청소년과·사진)은 장기간의 병원치료로 학업이 중단된 아이들이 치료 종료 후 사회복귀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는 것이 병원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현재 인천 지역에는 인하대병원만이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의 사이버교육을 담당하던 길병원이 올해부터 병원학교를 운영하지 않게 되면서 인하대병원이 인천 지역의 유일한 병원학교다.
◇서해 경관이 어우러진 인하대병원 ‘새빛교실’= 인하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 ‘새빛교실’에 들어서면 전면 창을 통해 서해안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병원에서 특별히 바다가 보이는 곳을 병원학교 공간으로 내어줬다. 외부 환경을 자주 접할 수 없는 장기 입원 환아들에게 자연 경관을 보여주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하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는 2007년 인천시교육청 산하기관으로 파견학급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신광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 1명이 배치돼 있으며 현재 소아암 등으로 장기입원 중인 초등학생은 3명이지만 유치원생과 중, 고등학생을 포함하면 하루 19명 내외의 환아가 병원학교를 이용한다.
병원학교 운영보고상 초등학년에 해당되는 아이들만을 건강장애 학생 실수요자로 보기 때문에 이용 현황은 낮을 수 있지만 실제 항암병동에 입원한 환아 대부분이 병원학교 학생들이다.
인하대병원은 대형 TV와 유아 도서 등 비교적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병원에서도 병원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도서 지원, 교육과정을 위한 세미나 등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황선혜 교무부장은 “장기입원 환아의 학년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아이들의 특성상 면역력이 약해 체력 특성을 배려한 특별활동과 치료교육을 병행하고 있다”며 “원적학교 담임과 또래와도 교류할 수 있도록 학교 적응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순기 교수는 “우리나라는 제도교육의 비중과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병원과 학교가 긴밀히 연결돼야 한다”며 “병원학교는 완치가 돼 원적학교에 돌아갈 어린이들에게 재도약의 발판이 되도록 돕고 치료 중 면역력이 떨어져 격리가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완치의 희망을 보여주고 사회활동 공간인 동시에 학교생활을 누리게 해주는 배움터”라고 강조했다.
◇전문인력 부족한 병원학교, 정부 정책 개선돼야= 병원학교의 교장과 교무부장 등 실무자들은 하나 같이 병원학교를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하대병원도 병원학교가 병원 내부의 이해만으로는 운영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턴교사 파견과 원적학교와의 교류 등은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인하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는 인천시교육청에서 신광초등학교를 통해 특수교사를 배치해 줬지만 정부에서 지원되는 인턴 교사의 파견은 한 차례도 없었다.
김순기 교수는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대상 학생은 다양한데 반해 지원 요구는 제한돼 있어 효율적인 학습이 어렵다”며 “자원봉사자 중에도 병원학교의 특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오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교사의 전문성이 부족한 점이나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 조건도 병원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병원학교는 장기 입원한 환아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삶의 대한 희망과 용기를 줘 치료효과가 증진되는 곳이다. 그러나 교사 1인이 운영하는 파견학급 형태의 병원학교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또한 부득이한 일로 교사가 빠질 경우 이를 대체할 인력이 마땅치 않다.
김 교수는 “소아암 환자들은 2~3년의 긴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고 수족을 움직이기 힘든 정형외과 환자나 혈액투석을 하는 만성신장질환 아이는 일반 학교를 다니는 것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이 아이들만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 환경이 필요하지만 병원이 전부 해결할 수는 없어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아들이 병이 나아 새 생활을 시작하도록 돕는 것이 병원학교의 역할이고, 의료진과 교사, 아이, 부모 모두 한 마음으로 바라는 일”이라며 “새빛교실이라는 병원학교의 이름처럼 아이들의 미래에 희망이 되고 새로운 빛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