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고지혈증약 복용할 땐 자몽주스와 함께 먹으면 안돼요”

입력 2012-03-08 11:56
식약청, 약물-식품 상호작용 의한 부작용 정보 발표

[쿠키 건강] 약을 복용할 때는 과일주스보다는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고,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식품과의 상호작용을 먼저 파악하고 복용해야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약물과 함께 섭취하는 식품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의약품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식품 등에 대한 정보를 발표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식품-약물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약물의 체내 흡수 감소 ▲약효의 과도한 증가로 인한 부작용 ▲새로운 부작용 발생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자몽주스의 경우 소량을 마시더라도 여기에 많이 함유된 나린긴(23mg/100ml)과 나린게닌(2.7mg/100ml) 성분 등으로 인해 약물 종류에 따라 그 약효를 낮추거나 오히려 증가시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자몽주스에 의해 약물 효과를 과도하게 높여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의약품으로는 ▲고지혈증치료제 중 스타틴계(아토르바스타틴, 로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등) 약물 ▲부정맥치료제 중 드로네다론, 혈압강하제 중 칼슘채널차단제 계열약물(암로디핀, 펠로디핀, 니페디핀, 니모디핀) 등이 있다. 반대로 항히스타민제제 중 펙소페나딘, 항진균제 중 이트라코나졸 등은 자몽주스 성분이 약물흡수를 방해해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오렌지주스도 함유량은 낮지만 자몽과 유사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혈압강하제 펠로디핀 ▲항히스타민제 펙소페나딘 ▲최면진정제 미다졸람 ▲골다공증치료제 알렌드론산 등과 같은 약물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함께 먹지 않도록 한다. 석류주스의 경우 항경련제 카르바마제핀에 영향을 끼치고, 정맥혈전증 환자 등 항응고제 와파린을 장기 복용하는 여성이 석류주스를 많이 섭취하면 약효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 판매가 늘고 있는 크랜베리주스는 강한 신맛에 의해 소화성 궤양용제인 란소프라졸의 흡수를 저해하고 항응고제인 와파린의 대사를 방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 약물의 복용 시에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커피, 녹차, 우유, 마늘 등도 약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커피, 홍차, 녹차의 카페인 성분은 중추신경계를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카페인이 함유된 종합감기약 등은 약효가 지나치게 증가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카페인에 영향을 받는 의약품으로는 플루복사민(항우울증제), 아스피린(소염진통제) 등이 있다.

우유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치료제(골다공증치료제), 퀴놀론 및 테트라사이클린계열 항생제, 철분제(빈혈치료제) 등의 약물 흡수를 방해하거나 혈중 칼슘 농도를 지나치게 높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부갑상선호르몬이나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섭취에 신중해야 한다.

마늘의 경우 일부 약물이 간에서 분해되는 양을 변화시켜 혈중 약물 농도에 영향을 미치거나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작용에 따라 약효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때문에 마늘에 영향을 받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 마늘 엑기스, 마늘 파우더, 마늘즙 등 과량의 마늘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음식 양념으로 사용되는 적은 양까지 피할 필요는 없다. 마늘에 영향 받는 의약품으로는 사이클로스포린(면역억제제), 와파린(항응고제), 아스피린(항혈전제) 등이 있다.

차로 많이 섭취하는 허브의 일종인 성요한풀(St. John''s wort)은 일부 약물 흡수를 방해하는 등 여러 약리효과가 있는데 특히 항우울증제나 진통제 등 의약품에 영향을 많이 주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김은정 식약청 약리연구과 과장은 “의약품 복용 시에는 반드시 의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해당 의약품이 특정 식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약을 복용할 때는 과일주스보다는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고,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식품과의 상호작용을 먼저 파악하고 복용해야 약물-식품 상호작용에 의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식약청은 ▲약물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과일 주스 ▲식품 섭취 시 주의사항(약품과 함께 섭취할 경우) 등 약물-식품의 상호작용을 담은 책자를 발간하고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