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소아암이 완치된 사람들은 치료가 끝나면 60~70년 이상을 더 살아갑니다. 병을 낫게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배워야 할 시기에 그에 맞는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곳이 병원학교입니다.”
서종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학교장(소아혈액종양과·사진)은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환자를 완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현재는 완치 이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 교수는 “완치 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의료진이 치료 기간 동안 의학적, 사회심리학적으로 환아를 돕고, 후유증 없이 온전하게 사회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곳이 바로 병원학교”라고 말했다.
◇의료계와 교육계, 사회 구성원 관심 필요= 병원학교는 완치 후 일상생활로의 정상적인 복귀를 위해 학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처음 진단부터 치료의 전 기간 동안 건강장애 환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 처음으로 어린이병원학교가 생긴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소아암 환자들의 학업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관심이 부족해 건강장애 학생만을 위한 교육 연구나 교사 세미나는 없다. 대부분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현직 교사가 자원봉사를 원해도 교사의 소속 학교에서 협조가 없어 자원봉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서울아산병원은 2006년 병원학교 개교 당시부터 현직 교사가 참여했다. 송파교육청과 강동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시작 당시 70~80%가 현직 교사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현직 교사의 비율이 줄어 현재 50% 미만의 현직 교사가 있다. 해당 학교의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다.
서종진 교수는 “현직 교사는 제일 좋은 자원봉사 인력으로, 아픈 아이와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을 매일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병원학교 아이들이 현직 교사를 통해 외부 상황도 알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학습이 된다. 그러나 병원학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학교에서 협조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 30개가 넘는 병원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소아암 환자의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고 전체 학생의 소수이기 때문에 관심이 적다”고 지적하며 “병원학교의 도약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학교만을 위한 정부 정책 필요= 병원학교는 환자들이 완치 후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성 발달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없이 병원 자체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교사 인력 확보와 예산 등의 문제가 생긴다.
서종진 교수는 “병원학교는 단순히 아픈 아이들의 학업 결손을 보충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또래 집단과 단절된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길러주고 현장학습과 문화체험을 통해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며 다만 “건강장애 학생들이다 보니 그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데 병원 자체적으로 교수 학습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학교는 초, 중등학교 교사를 포함해 40여 명으로 구성된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열고 건강장애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직 교사가 많기 때문에 교육과정 개발에 도움을 받고 있지만 정부가 나선다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지선화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학교 사회복지사는 “정부 교부금이 해마다 금액도 다르고 지급 시기도 다르다. 지급 기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적은 금액이라도 정해진 시기에 지급돼야 하는데 학기는 3월에 시작인데 5월, 6월이 돼서야 나오니까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의료계와 교육계 모두의 관심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병원학교는 힘겨운 치료를 이겨낸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내딛을 발걸음에 희망과 용기를 주고 또래와의 공백을 없애주는 곳으로, 완치 후 아이가 살아갈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병원학교탐방-⑥]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학교, 아이 발걸음에 희망 선사
입력 2012-03-08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