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학교탐방-⑤]국립암센터 어린이병원학교, ‘순회학급’ 특징

입력 2012-03-08 10:44

[쿠키 건강] 올해로 운영 7년차를 맞는 국립암센터 어린이병원학교는 공립 초등학교의 순회학급에 속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현직 특수교사의 직접 관리 등 타 병원학교와는 차별화된 형태로 운영된다.

국립암센터 어린이병원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장 박현진 교수(소아암센터·사진)는 “국립암센터 병원학교는 병원 자체에서 운영하는 학교가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공립 풍산초등학교의 순회학급에 속해 공립 특수교사가 직접 관리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회학급’은 초등학교에서 파견된 학급의 형태로 해당 교사에 의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따르는 일정한 교육의 질이 보장된다. 박 교수는 특히 다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다양한 외부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경험기회를 제공하고, 방학동안에도 병원 사회사업실과 협력해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병원학교 교육과정 등 표준 개발에도 노력

순회학급으로 운영되는 국립암센터 어린이병원학교는 유치원 1학급, 초등학교 1학급이 운영되며, 교실과 학습도움실이 각 1개씩 갖춰져 있다. 2006년 3월 첫 학생들을 모집한 이후 꾸준하게 관련 교육과정을 개발해 왔다.

이러한 성과를 지난 2007년 2월에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정책연구학교로 지정을 받았으며, 2009년까지 2년간 ‘건강장애아 교육지원 정책연구학교 운영’ 정책 과제 연구를 수행하기도했다.

교육 프로그램은 연간 34주를 기준으로 초등학생의 경우 1일 1시간 이상 수업 시간이 확보될 경우 출석으로 인정된다. 국립암센터 병원학교의 수업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지 교과목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재량활동, 구성원들간의 교류를 통한 소속감과 사회성을 기르는 통합교육 등의 정규 교육과정이 있다.

이외에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 건강장애 학생들에게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과후학교 등 비정규교육과정과 다체험 활동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국립암센터 병원학교는 풍산초등학교 순회학급에 속해 경기도교육청에서 각 시별로 배정된 예산 중 일정한 비율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또 연중 비정기적으로 병원학교를 위한 예산이 별도로 마련돼 배정돼 있다.




◇건강장애 아이들의 성장 울타리

다른 병원학교와 마찬가지로 국립암센터 어린이병원학교의 교육 목표는 아픈 아이들(건강장애학생)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박현진 교수는 “아이들이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고 몸이 아프면 성장이 멈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병원학교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면서 성장을 지속시켜주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병원학교는 아픈 아이들들이 잘 자랄 수 있는 공간과 울타리가 되어주는 곳이며, 사회인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하는 아이들의 성장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장기결석과 휴학으로 학업과 학교생활의 공백기가 생기고 치료 후에 복귀했을 때 또래 친구들에게서 겪는 학년차이로 부적응하기 쉽다”며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을 심어주고 또래 집단과의 관계형성을 지속해 사회성을 유지시키 역할이 병원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박현진 교수는 2가지 측면에서 어린이병원학교는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병원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며 치료를 병행하는 아이들의 경우 질병 치료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병원학교의 효용성 측면에서 아픈 아이들이 질병 치료 후 사회에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성을 유지시켜주고, 학습 능력을 잃지 않도록 한다는 점이다.




◇중등교육과정 개발, 운영 활성화 돼야

7년차 병원학교로 다양하고 표준화된 교육과정 개발에 힘써왔지만, 부족한 것도 많다. 우선 시설면에서 병원에 교실이 있다보니 학생들이 늘어나는 경우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립암센터의 경우 현재 1개의 교실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수업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실시한다.

박 교수는 “병원에서 현재의 공간을 내준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또 다른 공간을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학년이 다른 아이들을 모아서 교사 혼자서 지도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학습 진행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문제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등 청소년환자들를 위한 교육과정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타 병원학교도 사정이 마찬가지이다. 박 교수는 중증교육은 교육과정 개발과 교사와 공간 확보 등이 매우 어려워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건강장애 청소년들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가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병원학교의 역할입니다. 국립암센터 뿐만 아니라 타 병원학교들도 정부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박현진 교수는 미래를 이끌 우리 아이들에게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아주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준다면, 병원학교의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관심과 뒷받침을 재차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