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운동지식, 관절엔 ‘하이리스크’

입력 2012-03-07 15:07

모래주머니, 냉각스프레이, 근육통 운동으로 풀기… 의학적으로는 ‘허당’

[쿠키 건강] 날씨가 풀리면서 겨울철 미뤄왔던 운동을 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근력과 유연성, 지구력 등을 높이지만 잘못된 운동지식과 과욕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실제로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굳어있던 근육과 인대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관절에 미치는 압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운동에 대한 오해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봤다.

◇몸짱 되려다 ‘지연성 근육통’= 먼저 웨이트트레이닝에 대한 잘못된 오해 중 하나가 근육통이다. 보통 이러한 통증을 우리는 근육이 만들어지면서 나타나는 반가운(?) 소식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근육통을 운동으로 풀려고 한다거나 아픔을 견뎌내고 계속 운동을 해야 크고 단단한 근육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속설일 뿐이다. 정작 웨이트트레이닝 후에는 근육조직에 눈에 보이지 않는 피멍과 미세한 파열이 생기기 때문에 조직손상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공급과 함께 이틀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 이를 무시하고 근섬유가 손상된 상태에서 계속 운동을 하게 되면 파열부위가 더욱 확장되면서 ‘지연성 근육통(delayed onset muscle soreness, DOMS)’으로 악화될 수 있다.

지연성 근육통은 손상된 조직에 부종과 염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근육과 주변 인대, 건 등을 딱딱하게 굳게 만든다. 이로 인해 근육과 근육 사이에 유착현상을 야기하고 관절의 탄력성도 감소시킨다. 김영호 하이병원 원장은 “만성적인 근육통은 그 자체로도 고통스럽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 속 피로물질이 누적되면서 미세한 충격에도 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실금이 가는 ‘피로골절’같은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올바른 근력운동은 단계적으로 중량을 높이면서 스트레칭과 병행해야 근섬유가 수축과 이완을 자유롭게 해 통증도 덜하고 근력과 근지구력도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지연성 근육통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지속적인 스트레칭이나 마사지를 통해 경감된다. 또 소염진통제나 주사치료 같은 보존적 요법과 온짐찔이나 도수치료 같은 물리치료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환부에 충격파를 가해 손상된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체외충격파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모래주머니, 퇴행성관절염 유발= 하체근력을 키우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것도 관절건강을 해친다. 물론 모래주머니가 무게 저항성을 높여 하지근력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전문운동선수나 무릎부상 후 체계적인 근력회복을 요하는 환자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일반인이 모래주머니를 사용하는 것은 과욕에 더 가깝다.

통상 체중이 1㎏ 늘어나도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은 3~5배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더구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뛰게 되면 관절에 작용하는 하중이 자신의 몸무게의 최소 10배 이상이 된다. 이로 인해 노면으로부터 오는 충격이 무릎과 발목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장년층은 이미 연골에 퇴행성 마모가 시작되고 있을 확률이 높아 모래주머니 사용을 더더욱 피해야 한다. 만약 연골의 마모가 더 심해지면 무릎관절의 뼈들이 그대로 노출돼 주위 힘줄과 인대 등을 압박, 통증을 유발하고 ‘퇴행성관절염’을 앞당길 수 있다.

◇냉각스프레이 뿌리면 인대손상= 신체부위가 시원해지고 주력향상 및 ‘쥐(운동성 근육경련)’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냉각스프레이’도 알고 보면 사실과 다르다. 운동성 근육경련은 혈액의 전해질 감소, 탈수, 그리고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하면서 나타나는 척수의 신경계 이상신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피부와 신경부위 온도를 낮추는 냉각스프레이만으로 근육경련을 예방하긴 힘들다. 마라톤이나 장시간 달리기 전에는 몸에 땀이 날 정도로 충분한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해주고 핫팩으로 관절부위를 따뜻하게 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오히려 봄 환절기 냉각스프레이 사용은 상해위험만 높일 수 있다. 김 원장은 “냉각스프레이는 주변 인대와 근육을 더 딱딱하게 만들어 노면과의 충격흡수율을 더 떨어트릴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대퇴부, 슬개골, 발목, 발바닥 근육, 반월상연골판 등에 광범위한 손상을 줄 수 있고 ‘러너즈니(Runner`s knee)’나 ‘족저근막염’ 같은 스포츠상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