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 ‘누리봄교실’의 교장인 이영호 교수(소아혈액종양 전문의·사진)는 아픈 아이들의 꿈의 크기가 건강한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건강장애 학생들의 신체와 정신까지 어루만지는 것 또한 병원학교의 소임이다.
◇아픈 아이들도 꿈을 꾼다, 친구가 되는 병원= 올해 13살이 된 수현(가명)이는 7살에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해 2년 가까이 병원에서 보냈다. 골수암을 앓는 수현이는 요즘에도 정기검진을 위해 1년에 2번씩 병원에 입원한다.
수현이는 병원학교에 대해 묻자 “병원학교가 있어서 병원 생활이 즐거웠다”고 대답했다. 커서 화가나 의사가 되고 싶다는 수현이는 병원학교 선생님과 의료진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병원학교는 건강장애 학생들의 학업 결손을 보완해주는 곳이지만 단순히 학교 수업을 대신하는 곳은 아니다. 학업 결손이 생기지 않도록 학업을 이어가고 음악 치료, 심리 치료, 미술 치료를 중심으로 정신적 치료도 담당한다.
이영호 교수는 “병원학교는 학교로 복귀할 시간을 기다리는 학생들과 가족의 바람을 가슴으로 느끼고 아픈 아이들이 치료 후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곳”이라며 “오랜 병원생활로 학습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의 학업은 물론이고 생각과 마음이 커지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학교 ‘누리봄교실’은 이를 위해 해마다 캠프를 진행한다. 병원 내부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2박 3일 진행되는 캠프를 통해 소아암 환자들이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병원학교와 마찬가지로 만들기와 미술, 음악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차별되는 점은 한양대학교와의 협력을 통한 대학생 교사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양대에는 ‘누리봄교실’을 위한 전문 동아리인 ‘한양어린이학교’가 있다. 30명의 대학생 교사들은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소아암 환자들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법 등의 교수학습 관련 강의를 들어야 동아리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수현이의 부모님은 “1학년 때부터 연락을 주고받던 선생님이 군대를 다녀오고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연락하고 대화를 한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기고 아이도 대학생 선생님을 통해서 꿈을 키워나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병원학교는 단순 학업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경쟁하고 대학생들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친구들과의 경쟁을 통해 본인의 능력을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성숙하게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를 내다본 정부 정책 지원 필요= 그러나 병원학교는 아쉬운 점도 많다. 병원학교 운영에 필요한 병원 내부 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교재와 책, 수업에 필요한 소모품과 기타 재료, 컴퓨터 등의 구입도 어렵고 무엇보다 정부 지원이 체계적이지 못하다.
한양대병원학교의 경우 부족한 교사 인력은 성동교육청과의 연계로 1명의 현직교사가 파견되고, 나머지 인력은 한양대와 한양대 교육대학원을 통해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지닌 현직 교사를 섭외하기는 어렵다.
이영호 교수는 “병원학교가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내부 질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특별교부금을 주지만 영구적인 예산 편성이 아니고 교과부 1년 예산을 짠 후에 남은 예산에서 나오는 형태이다 보니 체계적인 지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병원학교는 단기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의 큰 그림을 보고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에서 병원학교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정책 지원은 부족하다”며 “현직 교사의 자원봉사시스템과 교육 커리큘럼 참여 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정책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병원학교 안에 몇 명의 어린이 환자가 있느냐를 따져 예산을 편성하고 지원할 것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 디자인에 대해 정부도 병원과 함께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년퇴임한 교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현직 교사의 자원봉사가 어렵다면 교육 프로그램 구성에 참여하거나 최소한 원적학교의 교사는 병원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병원학교는 단순히 학교 수업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교육 결손을 보충하고 건강장애 학생들의 신체와 정신을 치유해주는 공간으로 원적학교의 대체적 성격이 짙다”며 “아픈 아이와 아이의 부모, 원적학교 외에 일반 국민도 병원학교의 존재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이는 의료진과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리봄은 봄이 되면 활발하게 살아나는 봄의 생기를 의미한다. 아이들도 건강을 되찾아서 병원을 벗어나 사회에서 생활하게 되길 바라는 의미로, 환아들이 좀 더 나은 치료환경과 밝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것이 병원학교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