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교수의 고도비만수술 바로알기]고도비만수술과 간질환

입력 2012-03-06 09:00

김용진 교수·순천향대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외과)

[쿠키 건강칼럼] ‘지방간’ ‘지방간’, 30~40대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병명이다. 약간 체중이 많거나 평소 술을 좀 즐겨 한다 싶은 경우라면, 건강검진에서 여지 없이 이런 결과를 통보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흔하다 보니 그 중요성마저도 간과되고는 한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고도비만 환자는 임상적 중요성이 달라진다. 특히 다른 원인(특히 술) 없이, 비만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서 단순 지방간이 아닌 지방간염으로 발전하게 되면, 비록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약 20%에서 간경화 및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커다란 위험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 환자의 사망원인에서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13위를 차지하는 반면, 지방간염으로 발전한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는 3위에 해당된다.

지난 해 8월 50대 중반의 환자가 외래를 찾았다. 10여 년 전 당뇨와 고혈압으로 약물치료를 시작했으며, 4년 전에는 유방암 수술을, 이후 여러 차례(최근까지도) 무릎수술을 시행 한 뒤였다. 수술 전 검사를 시행했다.





큰 이상 소견은 없었으나, 혈액검사상 혈소판(지혈작용을 하는 혈액성분으로 부족하면 멍이 쉽게 들거나 코피가 잘 날 수 있다)수치가 정상보다 뚝 떨어져 있었다. 원인을 찾고자 여러 검사를 추가로 시행했다. 결론은 간경화였다.(간경화 환자의 약 15%가 여러 원인으로 혈소판 감소증을 보인다) 다른 원인은 없었고, 바로 비만이 주범이었다. 내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거친 후 수술을 시행했다.

임상에서 술이 원인이 아닌 간질환을 따로 구분하여 비알코올성 간질환이라 부르며, 실제 국내에서 가장 유병율이 높은 질환이다. 이 비알코올성 간질환이 좀 더 악화된 형태를 지방간염이라 하며, 이 질환이 중요시 되는 이유는 병의 경과를 되돌릴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약 25%가 단순 간질환을 넘어 지방간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그 원인은 비만과 비만에 동반된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및 고지혈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지고 있다. 결국 이의 치료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감량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다른 원인에 의한 간염, 간경화는 대게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경과를 보이지만, 고도비만에 의한 경우는 적절한 체중감량을 이룬 뒤 잘 유지한다면, 60%내외에서는 완치를 보일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더 이상의 진행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이야기 이지만 치료시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선 예는 좀 극단적인 경우였지만, 6개월을 넘어가면서 20kg의 감량이 이루어졌고, 수술 전 6만에 불과하던 혈소판 수치가 특별한 추가 처치 없이 9만(최소 10만 이상은 되어야 한다)까지 올라갔다. 당연히 당뇨도 약물치료 없이 안정적인 혈액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여러 가지로 안타깝고 어려운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이고 그 시기를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음 글에서는 약간 생소한 내용이지만, 고도비만과 암(악성종양)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순천향대병원 김용진 교수>
-충남대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외과 위암분과 전임의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부교수 및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