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학교탐방-③]고대구로병원 병원학교 ‘남촌드림클래스’

입력 2012-03-05 13:33

병원학교, 아이들의 신체건강을 물론 심리·정신 건강도 책임져야

[쿠키 건강] #백혈병을 앓던 8살 수형(가명)이는 병원 치료후 우연히 들른 어린이병원학교에서 과학수업을 듣고 ‘우와~ 신기하다’하며 즐거워했다. 이날 학교 수업은 드라이아이스 연기로 촛불을 끄는 내용이었다. 내일은 종이접기 주제의 미술수업이 있다는 말에, 꼭 오기로 마음 먹은 수형이는 병원에서의 치료도 더 잘 받겠다고 엄마에게 다짐했다.

◇아픈 아이들 신체와 정신치료까지 담당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아이들에게 어린이병원학교는 신체적인 치료는 물론 정신적인 치료까지 담당해주는 곳이다.

고려대구로병원 어린이병원학교 ‘남촌드림클래스’는 질병으로 인해 심리·사회적 적응에 어려움을 갖고 있거나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소아·청소년들에게 교육, 문화, 심리사회적 재활의 기회를 제공한다.

남촌드림클래스를 책임지고 있는 고대구로병원 어린이병원학교장 은백린 교수(소아청소년과·사진)는 “병원학교는 소아암이나 백혈병, 만성신장질환 등을 앓는 아이들이 치료 후 학교에 복귀해 적응할 수 있는 시간과 신체·정신적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라며 “아이들이 질병을 이겨내고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남촌드림클래스에서는 기존 어린이병원학교가 실시하는 교육수업 이외에 아이들의 정서와 심리적인 치료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중이다.

교과과정 중심의 국어와 수학교실, 과학교실 이외에 포토샵과 소셜네트워크(SNS) 등 컴퓨터 교실이 개설됐으며, 집단·개별 음악, 미술치료와 치료 레크레이션, 놀이교실, 영화감상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남촌드림클래스의 정수진 의료사회사업사는 “자원봉사를 나온 선생님들을 따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미술 작품을 만들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며 “힘들게 치료받던 아이들은 병원학교 수업으로 즐거움과 활기를 되찾는다”고 말했다.

타 병원학교와 마찬가지로 고대구로병원에서 수업을 받는 아이들은 3개월 이상 장기입원 또는 통원 치료 등 계속적인 의료지원이 필요해 학교생활과 수업을 받지 못하는 건강장애 소아·청소년들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1일 1시간 이상, 중학생은 2시간 이상 수업참여 또는 화상강의 시스템을 이용해 부족한 학교 수업을 보충한다.

지난 2008년 설립된 고대구로병원 어린이병원학교 ‘남촌드림클래스’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과 치료의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해 11월 신관 지하로 확장 이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2월에는 서울시 남부교육지청과 운영협약을 체결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병원학교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아이들 학습공백 매우기 위해 안정적인 정부 지원 필수

남촌드림클래스는 새로운 교과 과정을 통해 백혈병과 소아암, 희귀난치질환 등 크고 작은 병으로 입원한 아이들의 학습 공백을 메우고, 정서적인 안정과 사회성을 키우는데 주력한다.

아쉬운점도 많다. 병원학교 운영상 필요한 공간과 교재, 수업에 필요한 소모품은 물론 아이들과 교감하는 교사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수진 의료사회사업사는 “아이들에게 보다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지닌 교사들이 필요하지만, 재정 여건상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교사 인력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남촌드림클래스의 경우 모 대기업 그룹 회장이 출연한 남촌재단에서 후원을 하고 있어 그나마 타 병원학교에 비해 사정이 나은편이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만으로 미술과 음악, 레크레이션, 컴퓨터 교육 등 다양한 수업을 꾸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은백린 교수는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아이들에게 건강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 학교나 사회로 복귀해도 다시 정상인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병원과 의료진의 또 다른 역할”이라며 병원학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은 교수는 미래 우리사회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병원에서도 질 좋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예산지원 등 제도적인 뒷받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교사 인력의 경우 자원봉사외에 퇴직교사들을 활용하거나, 내실있는 병원학교 교과 과정 개발을 위해 현직교사들이 병원학교 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백린 교수는 “고대구로병원 남촌드림클래스도 아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정서 함양의 기회를 주기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병원학교 시스템과 수업 과정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장애 소아·청소년들이 자신의 교육환경이 가정과 학교, 병원 등으로 변화하더라도 학습 결손을 최소화활 수 있도록 교육의 연계성을 갖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병원학교와 의료진, 정부 그리고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는 은백린 교수는 보다 선진화된 병원학교 시스템 정착을 위해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