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랜기간 병원에 입원한 학생들은 장기간 결석으로 또래 아이들과 학습 진도에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질병 완치 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한창 자라는 아이들의 인격과 사회성 형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러한 건강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권 보장과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어린이병원학교’가 정부의 무관심속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쥐꼬리만한 정부 예산과 인력지원은 차치하고, 그마저도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어린이병원학교의 현황을 살펴 향후 발전 방향을 고민해보는 ‘어린이병원학교 현재와 미래’, 실제 병원학교 운영 사례를 소개하는 ‘꿈은 이뤄진다, 병원학교 탐방’ 기획특집을 연재한다.
[쿠키 건강] 몸이 아픈 아이들은 남들처럼 학교에서 뛰어놀고 공부도 하고 싶지만 입원 치료를 받느라 학업을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다. ‘건강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치료로 인해 학업을 이어가기 어렵다. 몸이 완쾌돼 학교로 돌아간다 해도 장기 결석으로 인해 학습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사회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이병원학교는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질병 완치 후 학교에 복귀해 적응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기 위해 병원내에 설치한 일종의 특수 교육기관이다. 지난 1999년 7월 서울대어린이병원내에 병원학교가 설립된 것이 시초다. 이후 소아암백혈병 환자나 장기간 입원 치료를 요하는 소아환자들이 늘면서 어린이병원학교 설립이 증가했다.
◇어린이병원학교 2005년 이후 크게 늘어
국내 어린이병원학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2005년 교육과학기술부가 건강장애 학생을 선정해 지원키로 하면서이다. 교과부는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장기치료가 요구돼 연간 수업일수를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이로 인한 유급위기에 처한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건강장애르 선정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병원학교는 장기입원과 통원치료로 인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병원내에 설치된 파견학급 형태로 운영된다. 교과부는 건강장애 학생을 위해 병원학교 외에 무상교육 혜택과 화상강의도 지원한다.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건강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어린이 병원학교’는 현재 전국에 31곳이 있다. 2011년까지 32개가 운영됐으나, 인천 지역의 사이버 교육을 담당하던 길병원이 올해 문을 닫아 31곳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길병원이 담당하던 사이버교육은 인하대병원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실제 병원학교를 이용하는 건강장애 학생수도 크게 증가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4월 기준으로 건강장애학생은 특수학교 35명, 특수학급 472명, 일반학급 1722명으로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8만2665명 중 2229명으로 2.7%에 달한다.
◇어린이병원학교 ‘아픈 아이들 꿈 키우는 곳’
병원학교는 건강장애학생만을 위한 교육지원과 심리, 정서적 지원을 하기 때문에 개별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놀이치료 외에 학년 진학을 위한 교과 과정은 사이버 강의를 통해 이수한다. 병원학교의 수업 참여는 출석으로 인정된다. 최소 수업시간은 유치원·초등학생 1일 1시간 이상, 중·고등학생 1일 2시간 이상이다.
특수교사 또는 인턴교사 1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음악치료, 미술치료, 공예활동 등은 학년 구분 없이 함께 수업을 받는다. 주로 인근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과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 등이 병원학교의 운영을 돕는다.
화상강의 시스템은 건강장애 학생이 3개월 이상의 장기입원이나 통원치료로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을 때 병원이나 가정에서 ‘꿀맛닷컴’을 통해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국어, 수학, 과학, 사회 등 개별 학생의 교육 과정에 맞게 강의를 듣고 출석으로 인정받게 된다.
화상강의는 건강장애 학생의 부모나 기존에 다니던 학교(원적학교)를 통해 교육청에 입학 신청을 해야 한다. 화상강의는 서울과 인천, 충남, 경남 4개 교육청에서 운영 중이다.
어린이병원학교는 운영 형태에 따라 ‘병원학교 자체운영’, ‘교육청 소속 병원학교’,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 지정·운영’ 등 3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가장 많은 21개의 어린이병원학교가 교육청 소속 병원학교로 특별교부금과 보통교부금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또 정규 교사 파견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와 교육지원이 이뤄진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장인 신희영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픈 아이들이 정상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에 참여하고, 병이 완치된 후에도 학교나 사회적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린이병원학교의 순기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 교수는 10여년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와 함께 병원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해 서울대병원을 다시 찾는 사례도 있다면서, 병원내 교육기관으로 병원학교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영호 한양대병원 교수도 “아픈 아이들이 교육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니 원적학교와 부모, 아이 모두 고마워하고 즐거워한다”며 “몸이 아픈 아이들에게 친구가 돼주는 것도 병원학교의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김성지 기자
[기획진단]어린이병원학교 현재와 미래①-병원학교 아이들의 꿈 이루는 곳
입력 2012-02-29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