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칼럼] 원인이 어떠하든 가임기 고도비만(체질량 지수 35kg/m2이상) 여성 환자의 80%가 정상적인 임신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설령 아이를 갖는 다 할지라도 산모 및 태아에 여러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 오는 경우가 흔하다.
고도비만 환자에서 왜 생리 불균형이 오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지 그 원인에 대해서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여성 호르몬의 불균형과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염증 물질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모 방송에서 20대 초반의 한 여성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밝힌 내용 중 ‘자신이 불치병을 앓고 있고,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 적이 있다.
그 환자의 병명은 다름 아닌 다낭성 난소 증후군(여러 원인 특히 비만이 주된 원인이 되어 오랜 기간 생리가 없거나, 혈액 검사 상 남성 호르몬이 증가되어 있거나, 커진 난소 주위로 여러 개의 물주머니가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이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기에 치료 또한 결과가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효과적인 치료가 안정적인 체중감량이다. 그러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의 경우는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진행된 호르몬 불균형으로 체중감소가 어려울 뿐 더러 재발이 빈번하기에, 그 사이 이미 자궁내막이 두터워지면서 결국 불임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초경 이후로 정상적인 생리 경험이 없어요’, ‘살이 15kg정도 빠지면 생리가 몇 개월 잘 유지되다가 살이 찌면 다시 없어져요’, ‘턱에 자꾸 수염이 나요’ 이런 호소들이 바로 고도비만에 동반된 다낭성 난소 증후군환자들의 증상이다.(실제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의 약 60%가 고도비만이다.)
다행이 비만이 주된 원인인 경우는 고도비만 수술을 통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간 연구 결과를 보면 수술 후 평균 3~4개월이면 대부분 생리가 정상화 되고, 턱 주위에 수염이 나는 다모증도 70%이상 개선이 된다고 한다.
물론 원하는 경우 의학의 도움 없이 임신이 가능하다는 사실 역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단순 과체중 환자가 고도비만 수술을 통해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없음은 오해가 없도록 확인 해 둔다.) 이런 불임과 관련된 문제 역시 심각한 사안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것이 자궁내막증식증이다. 생리 불순이 반복되면서 드물기는 하지만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에 자궁내막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2년 여전 필자의 외래를 찾은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환자였다. 결혼 10년 차로 아이가 생기지 않아 가끔 산부인과 검진을 받긴 했지만 특별한 이상 소견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수술을 준비하면서 시행한 복부 및 골반 전산화 단층촬영(CT)상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자궁내막 비후(두꺼워짐)가 의심 된다고 해서 산부인과 정밀검진(자궁내막 조직검사)을 시행했다.
결과는 청천병력이었다. 자궁내막암으로 막 넘어가는 단계였던 것이다. 고도비만 수술과 함께 호르몬 요법을 병행했다. 치료 시작 1년 반 뒤 산부인과로부터 아이를 가져도 좋다는 소식을 함께 전해 들었다. 조만간 건강한 출산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다른 동반질환도 마찬가지이지만 10대 후반부터 고도비만에 동반된 생리 불순은 절대 치료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음을 재차 확인하고 싶다.
다음 글에서는 고도비만에 동반된 간질환(지방간, 지방간염, 비알토올성 간경화)에 관해 살펴 본다.
<순천향대병원 김용진 교수>
-충남대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외과 위암분과 전임의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부교수 및 고도비만수술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