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 시행 앞두고 대책 마련 고심
[쿠키 건강] 오는 8월부터 한 명의 의사가 한 개의 병원만을 운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네트워크 병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정안 시행에 대한 로드맵만 제시됐을 뿐 아직 어디까지 ‘위법’이고 ‘합법’인지 결정되지 않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한 명의 의사가 한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병원을 개설해 운영할 수 없도록(의료법 제4조 2항)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표자 한 명이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하던 네트워크 병원을 포함해 지분을 공유하던 병원도 불법으로 전락해 대규모 구조조정, 지분정리 등 해체수순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개정안의 유권해석 부분이다. 대형 네트워크 병원의 경우 같은 브랜드를 공유하며 다양한 ‘공동 경영 또는 운영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를 어디까지 ‘위법’으로 판가름 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 중 네트워크 형태의 병원으로 추정되는 요양기관의 수는 무려 1만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외에도 같은 브랜드(병원명)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의료인 상호출자, 공동투자 등 사실상 네트워크 병원 형태로 운영되는 병원들도 상당수 존재해 이를 합하면 국내 네트워크 병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일부 네트워크 병원에서는 벌써부터 구조조정, 지분정리 등 개정안에 시행에 대비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전국 약 28개 지점을 운영 중인 대형 네트워크병원 ‘365mc비만클리닉’은 의료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병원은 각자 9명의 원장이 한 개씩 소유한 9개 병원 외에 개설한 직영 병원들을 해당 병원의 소속 의사에게 넘겼다. 김영삼 365mc비만클리닉 부사장은 “오는 8월부터 개정안 시행되면 기존처럼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며 “공개 매각절차를 밟는 한편 브랜드명은 유지하면서 운영은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공동 홍보마케팅을 진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운세상피부과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병원의 경우 같은 브랜드만 공유하기 때문에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며 “만약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조차 문제가 된다고 하면 소송도 고려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네트워크 병원 운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삼 365mc비만클리닉 부사장은 “보건복지부가 네트워크 병원의 정확한 유형 형태를 파악해 어디까지가 적법이고 불법인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네트워크 관계자는 “한 병원을 개설한 원장이 다른 병원의 지분을 몇 퍼센트까지 가질 수 있는지, 혹은 이익배당은 얼마나 가능한지 등 정확한 유권해석과 유형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네트워크병의원협회 관계자는 “임상경험의 공유와 의료기술 개발 등 의료기관 네트워크 병원의 순기능과 현실을 도외시 한 채 의료인 간의 경영 참여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부당하다”며 개정안이 의료법의 목적을 벗어난 과잉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복지부는 네트워크 병원 운영에 대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의료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네트워크 병원의 운영 형태 등에 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유권해석 지침 초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배금주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과장은 “오는 4월까지 네트워크 병원 운영형태와 구체적인 유형을 분석한 뒤 유권해석 지침 초안을 만들 계획이다”며 “각계의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여론을 수렴해 합리적인 합의를 도출하면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도 실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이어 “다만 법 시행 전에 일부 예외사항도 검토 중이다”며 “네트워크 병원이 과잉 진료 등의 역기능적인 측면을 갖고 있지만, 경영 효율화나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순기능적인 측면도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네트워크 병원 8월 위기 현실화 될까
입력 2012-02-21 10:42